전기요금 왜곡 심각, 구조개편 문제는 이념적 접근 안 돼
분산형 전원 등 공급위주정책 아닌 수요측면서 접근해야

▲ 손양훈 신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이투뉴스] “국내 에너지산업 앞에는 많은 어려움이 닥쳐 있어요.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거의 전량의 에너지를 수입하는데다, 가격은 많이 올랐습니다. 여기에 전력수급마저 위태위태한 상황입니다. 향후 에너지산업을 움직이는 엔진이 뭐가돼야 하는지를 최대 화두로 삼을 생각입니다”

손양훈 신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국내 대표적인 시장론자로 불린다. 그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한데다 여전히 시장을 통해 에너지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도 높다. 지금 우리 에너지산업이 겪는 혼란은 전기요금 문제 등 시장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에너지산업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공기업의 독점체제가 지속되고 있어요. 구조개편 문제를 너무 이념적, 기득권 유지측면으로만 접근한 것이죠. 급변하는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시장과 조화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된다고 봅니다”

손 원장은 에너지산업을 시장과 가격의 움직임에 맞겨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구조개편에 대해 여전히 개인적인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 국제가격 상승과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원자력의 지속문제 대두, 신재생에너지 부각 등 변화바람이 불고 있는 시장환경에서 능동적, 신축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다.

다만 그는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위급한 불부터 끄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또 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미래를 내다보는 방향으로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왜곡돼 있어요. 시장과 가격에 맡긴 게 아니라 정치권이 요금 결정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기요금을 묶는 것은 쉽고, 움직이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이제 그 문제를 하루빨리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는 원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에너지 소비시장에서도 전기로의 쉬프트(이동)가 일어났다고 강조한다. 냉방과 난방은 물론 심지어 농산물의 건조까지 전기를 사용하는 등 모든 수요가 전기로 몰려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전력수급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우선 당면한 전력부족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다해야 하지만, 정부가 나서 수요관리에 적극 나섬과 동시에 눌려왔던 전기요금의 정상화 및 타 에너지와의 균형을 맞춰 나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공급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측면에서의 세밀한 데이터 수집 등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박근혜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치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방향과 5년 동안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딘지를 파악, 국내 에너지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원장 공모에 참여했어요. 앞으로 에너지가 국가의 중요한 어젠다로 부각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에너지가 비독립 부처인데다 아직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준비가 안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에너지산업의 비중을 감안한 제대로 된 역할이 없으면 국가의 미래설계도 할 수 없는 만큼 레벨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나오는 하반기에는 새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올 가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분산형 전원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부지 문제부터 시작해 발전소와 송전선 민원 등은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어요. 과거처럼 수요처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에 대형발전소를 짓고 이를 끌어와 싼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절은 지났어요. 분산형 전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분산형 전원과 관련해선 그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금까지는 인풋(가스가격 등 투입자원)은 오르는 반면 아웃풋(열과 전기)은 묶여 있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도 곁들였다. 따라서 앞으론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수요처 인근에 발전소를 세우는 것은 물론 기업 역시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도록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마트그리드 역시 몇가지 지원책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 지난 5년 간의 경험을 통해 입증됐다며, 앞으론 시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 분야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선 규제를 풀고 제반 경제적 여건은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에경연이 총리실 소속이다 보니 에너지정책을 담당하는 산업부와의 관계나 연구자료 생산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국책연구원이니만큼 정부가 못 보는 것에는 쓴소리도 하겠지만, 산업부와의 원활한 정책협력에도 노력을 다 할 계획입니다”

손 원장은 연구원 내부의 경영혁신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말을 아꼈다. 우선 젊은 연구자들이 소신을 가지고 연구활동에 전념하도록 도와주면서 내부의 고민을 충분히 들어보겠다고 설명했다. 조직개편과 인사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갈수록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고 중요해진 만큼 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등과의 협력 강화 등 열린 경영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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