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

[이투뉴스] 미국에서 천연가스 수출 문제를 두고 수요기업과 에너지기업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붐으로 자국내 가스 공급량이 늘자 수출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를 해외로 수출하면 미국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제조사들에 악영향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화학기업인 다우 케미컬의 앤드류 리버리스 CEO는 수출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산업계에서 '왕따'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천연가스 수출량 증가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협하고 있다며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천연가스 수출 시설 건설을 추진 중인 샤리프 수키 에너지 대표는 "리버리스는 자기 잇속만 차리는 사람이며 위선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산업계는 천연가스 수출이 미국에 손해보다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며, 지구촌 경제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더 높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미 에너지부는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터미널 건설을 승인했다. 지난 5월 액화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승인 이후 두번째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020년께 원유와 천연가스 신규 생산으로 미국 경제 생산이 2~4%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170만개 일자리가 창출되고 에너지 수입을 중단해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니얼 예르긴 연구원은 "(가스 수출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는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위치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리버리스 CEO는 정부가 천연가스를 자유롭게 수출하길 원하는 에너지 회사들과 가격상승을 우려하는 제조업계의 균형을 이루는 에너지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호주 출신이자 시민권자인 리버리스는 규제 없는 천연가스 수출을 반대해 왔다. 그는 이를 위해 로비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자국내 가격을 유지하면서 연간 300억달러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부의 보고서를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내 올해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BTU당 3~4달러를 맴돌았다. 경기후퇴 전 최고 1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가스 가격의 차이는 미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수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연가스를 수출할 터미널을 건설하는데 수십억달러가 소요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내에서 저렴한 가스 공급은 다우 케미컬과 같은 제조사들이 해외 경쟁기업들보다 훨씬 더 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구입해 이윤폭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버리스는 자신의 생각이 다른 회원사들과 충돌하자 올해 전국제조협회에서 탈퇴했다. 특히 루이지애나 가스 터미널을 가스 수출 시설로 전환하려는 엑손모빌과 갈등을 겪었다.

켄 코헨 엑손모빌 부회장은 "리버리스 같은 산업계 리더가 '보호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까지 루이지애나 2곳, 텍사스 1곳 등 모두 3곳의 가스수출 터미널 건설 허가를 승인했다. 미 정부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향후 수년간 몇 곳을 점진적으로 허가해줄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허가를 서두르라는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가 태평양 연안에 수출 터미널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아시아 시장을 향한 수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 수출 신청 허가사업은 약 15개에 달한다. 만약 이들 사업이 모두 승인을 받으면 자국내 소비량의 3분의 1 이상에 달하는 양이 해외로 수출된다. 이 같은 수출붐은 가격에 압박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사업 승인은 어려워 보인다. 일부 회사들만이 70억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시설 건설에 충분한 재정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크레딧 스위스는 2017년께 미국 가스 수출량이 하루 36억 입방피트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미국내 수요의 5%에 불과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2020년경 수출량이 하루 80억~100억 입방피트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스 생산업자들은 현재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할 경우 더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CEO는 "새로운 투자 중 50억~60억달러가 저렴한 가스 가격 유지에 달려있다"며 "2001년과 2005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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