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력위기, 발전소 짓는다고 해결 안돼
[기자수첩] 전력위기, 발전소 짓는다고 해결 안돼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3.08.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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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1991년 9월 3일 동력자원부. 당시 진념 장관이 주재하는 여름철 전력수급대책 종합평가회의가 정부청사에서 열렸다. 이날 진 장관은 전력난 극복을 위해 '한집 한등끄기' 운동 등으로 절전에 동참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해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월 20일 기준 1912만kW. 하지만 전력피크를 코앞에 두고 95만kW급 영광원전 2호기와 58만kW급 고리 1호기가 덜컥 고장이 났다. 지금의 순환단전에 해당하는 제한송전이 운운됐고, 에너지 다소비기업을 대상으로 징벌적 요금제가 시행됐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매년 10% 이상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다행히 온 국민이 참여한 절전운동으로 최악의 수급난은 피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정부는 원전 중심의 발전설비 대거 확충과 지속적인 에너지절약 시책 추진을 공언했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2013년 8월 14일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이 '전력수급 위기관련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감사의 말씀'을 발표한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찾아왔지만 가정, 상가, 기업, 공공기관 등 온 국민의 합심된 노력으로 무사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000만kW 안팎(산업부 추정치). 원전 3기가 부품 위조사건으로 정지되고 수요도 늘자 연일 전력수급경보가 발령되는 위기상황이 연출됐다. 제조업체 조업시간이 조정되고, 공공기관과 대형 사업시설을 상대로 강제 절전규제가 시행됐다. 다행히 전 국민이 동참한 절전운동으로 일단 최대 고비는 넘긴 듯 보인다. 정부는 전기 때문에 국민에 걱정과 불편을 끼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근본적인 쇄신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강산이 두번 변했지만 22년전이나 지금이나 전력난에 쩔쩔매는 모습과 그 대응은 세월이 무색할만큼 흡사했다. '안정적 에너지공급'을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정부가 전력이 부족할 때마다 발전소 대거 증설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랬다. 값싸고 질좋은 전기의 혜택을 누리는 게 일종의 복지처럼 받아들여졌고, 정부와 국민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에너지의 96%를 수입해 쓰는 국가임에도 '에너지절약'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기업들이 에너지효율 개선투자를 게을리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만간 수십기가와트의 신규 발전설비가 가동돼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이 도래하면 수급난-공급확충-수요개발-수급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재현될 공산이 크다.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전환하고, 수요에 따라 변동되는 요금체계를 도입해 연중 부하를 평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의 위기는 공급부족만을 해결하면 해소되는 일시적 위기가 아닌 전력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위기란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전기와 다른 에너지간의 가격차가 비정상적 소비증가를 초래하고 있고, 정부도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보조금을 주거나 패널티를 주는 것 외에 정책적 수단은 없다. 대규모 전원을 특정지역에 집중 건설한 뒤 이를 대용량 수요처로 공급하는 방식은 효율성이나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이제 종식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의 전력설비 밀집도와 원전·석탄화력 의존도는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급의 분산화 못지 않게 수요의 분산화를 유인할 묘책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그런 맥락에서 연내 수립될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분산형 전원 확대방안, 에너지 가격 현실화 및 전원별 비용 재평가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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