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발표되었다. 
19일 산업부가 발표한 ‘창조경제 시대의 ICT 기반 에너지 수요관리 시장 창출방안’말이다.  ESS와 스마트그리드 등을 앞세운 수요관리방안이다.  여기에 국회가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새누리당 에너지특별위원회는 21일 에너지특위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실시와 현행 6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주택용 누진제를 3단계 정도로 축소하고 누진율을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선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달 초 발표한 정부의 세제개편 안이 중산층 세금 증가문제로 이슈가 되어버림에 따라 중산층과 서민층에 부담이 될 공공요금의 구조조정은 이제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였는데, 연료비연동제 실시와 주택용 누진제 완화를 한 바구니에 담은‘패키지형’대안이 나왔다.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안이다. 

개선안의 배경과 목표들을 살펴보면 ‘전기요금의 가격기능 회복을 통해 전력수급 안정’, ‘ICT 기술을 활용한 수요관리’ 등 기존의 저가안정공급위주의 전력정책에서 벗어나 첨단수요관리기술적용 및 가격기능의 회복 등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두 발표 모두 아직은 원칙에 대한 합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실제 적용되기 위하여 많은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좋은 출발로 보인다.

이번 발표가 전기요금 인상이고, 또 다른 세금인상이 아니냐는 의견이 벌써 나오고 있지만, 문제의 근본을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의 경우는 현재 요금이 생산원가 이하이기에 그 손실분을 이미 다른 방법으로 걷은 세금으로 막아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 구조는 설사 내가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비용의 현실화는 전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해당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쪽으로의 개선이기에 소득계층 간 조세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좋은 방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연료비 연동제와 요금 인상은 분명 다른 말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력생산에 드는 원료의 가격이 변동하면 이를 보정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평균치는 여전히 낮을 수 있을 것이다. 전력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은‘현실화’라고 한다. 전력생산에 드는 에너지원을 100% 수입하는 나라에서, 수입원가에 제품가격이 연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피크시간대별 차등요금제도 및 ESS 등 저장장치에 남은 전력의 판매제도도 좋은 제도이다. 어차피 안 쓰면 버리게 되어 있는 전기를 요금 조정으로 최대한 쓰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발전소 덜 짓고도 똑같은 전력공급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기획재정부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휘발유, 경유, LPG에 붙은 세금은 크게 올렸으면서도 원가 이하의 전력요금은 물가인상을 핑계 삼아 올려주지 않아 에너지원간 가격 균형을 무너트려 전력사용 급증을 유발한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세금당국이다. 세금당국은 세금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합의하지 않고자 할 것이니 만큼, 전력요금개선안이 세금인상으로 연결되고, 이로 인하여 또다시 부결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신규 장치의 비용 부담 문제이다. ESS는 전기저장장치 중에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스마트그리드도 새로운 계량기 등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이러한 추가장치 증설로 인한 비용이 어디로 어떻게 전가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새로운 계량기나 저장장치의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방안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국가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전력소모량이 늘어나는 건 세계적 추세이며, 따라서 결국에는 다시 전기가 모자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신규 발전소 건설이 꼭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력공급 부족 사태를 강제로 절전하거나 산업계에 보조금을 퍼주어 가면서, 아니면 담당부처 장차관을 경질하여서 해결하는 것은 정말 후진국적 방법이며,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제 이슈가 던져졌으니, 우리 모두가 함께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동참하자고 설득하는 것이 앞으로 여름을 보다 더 시원하게 보내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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