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이 운송망 이용하면 러 정부 독과점 위축돼"

러시아는 비(非)러시아 기업에도 러시아의 거대한 에너지 공급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유럽연합(EU)의 에너지 공동전략을 준수할 의사가 없다고 세르게이 야스트르젬스키 러시아 EU 특사가 14일 밝혔다.


14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좌관이기도 한 야스트르젬스키 특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에너지 공동전략을 비준하면 러시아가 피해를 입게되는 만큼 우리는 비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에너지 관련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제3자가 송유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경우 경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를 애초에 차단키로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이 전략에서 특히 반발하는 부분은 외국 기업의 '제3자 접근'을 허가한 운송 협안이다. 이 경우 외국 기업이 중앙 아시아에서 가스를 구입한 뒤 러시아의 수송관을 이용해 운반, 유럽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는 러시아에 가스를 판매해 러시아가 유럽시장에 운반하도록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폴란드 바르샤바 동양문제 연구소의 이오나 비스니에프스카 러시아 에너지 전문가는 "수년 전만 해도 러시아는 이 전략을 비준하려고 했으나 그 사이에 에너지 가격이 뛰어 올랐다"며 "운송 협안은 경쟁을 유발해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독점 체제를 위축시킬 수 있어 러시아에게는 골치아픈 문제"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반대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EU 순환 의장국을 맡게 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가 전략을 비준하도록 설득하는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전망이다.


유럽내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가장 큰 운송망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가 비준을 거부할 경우 전략 자체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한편 현재 EU 순회 의장국인 핀란드가 추진하고 있는 EU와 러시아 간의 새로운 무역ㆍ경제 협정 체결을 둘러싼 협상도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내년말 종료되는 EU-러시아 제휴협력협정(PCA)을 대체하는 새 통상협정 대해 러시아는 협정 초안이 러시아의 인권이나 법 지배가 아닌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며 에너지 협약에서도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일반적인 언급 외의 내용은 포함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동유럽 회원국들은 "우리는 가즈프롬의 에너지 배급을 봉쇄하지 않는데 러시아는 왜 외국 기업의 배관망 사용을 가로막는지 모르겠다"며 '호혜주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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