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시화조력발전소] 달·태양 인력을 연료로 하루 평균 8.8시간 발전
누적발전량 8억4000만kWh…조력문화관 내년 완공

▲ 안산시 대부도동 시화조력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쿠르르~ 쿵, 쿵, 쿠르릉~ 쿵, 쿵’

지난 2일 오후 1시 20분 안산시 대부도동 K-water(수자원공사) 시화조력발전소 지하 2층 발전기실. 직경 7.5m 거대 수차 10대가 초당 5000톤의 바닷물을 시화호로 흘려보내고 있다. 1초에 한바퀴꼴(64rpm)로 회전하는 수차는 강철북을 때리는 특유의 소리를 냈다.

녹색으로 깔끔하게 도색된 190m 길이 발전기실 바닥은 큼지막한 글씨로 ‘해측 SEA ◀’와 ‘LAKE 호측 ▶’로 양분돼 대부도 앞바다와 시화호의 수상(水上) 경계를 일직선으로 갈랐다. 바닷측 벽면에 부착된 1~10까지의 표시등은 발전이 시작되자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수심 1.2m에 위치한 발전기 상부공간으로 조력발전기 작동에 필요한 유압설비와 전기설비가 자리잡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2개층만큼 해수면 아래로 내려가자 최저 -27m 지점에 지하 터널 형태의 하부 발전기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 누운 발전기 구조물의 외형은 항공기 제트엔진을 닮았다. 앞단은 10.5m 지름의 수량을 조절하는 유량조절장치가, 뒷단은 7.5m 직경의 수차 외벽이 위치해 있다. 일련번호가 매겨진 초대형 수차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에 몸을 맡긴채 회전운동을 이어갔다.

해수흐름이 적은 소조기(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시기)라 연평균 대비 발전량이 많지 않지만 이날 시화조력발전소는 3시간 30분 가량 수차를 돌려 45만kWh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밀물 때 낙차만을 이용한 단류식 창조식 발전이다.  

▲ 발전기실 상부. 지하 2층에 자리잡고 있다.

발전소 2층 조망대로 올라서자 이번엔 서해바다가 거친물살을 일으키며 댐 모양의 수차구조물로 몰려갔다. 바다로 향한 대형 전광판은 '발전중'이란 빨간색 글씨를 깜밖였다. 11.2km 길이 방조제에 가로막힌 밀물은 이곳을 통해 시화호로 들어갔다가 썰물 때 폭 15.3m, 높이 12m의 수문 8곳을 거쳐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이렇게 바다와 호수를 오가는 해수량은 하루 평균 약 1억4700만톤. 시화호 최대 저수량의 50%가 매일 새 바닷물로 유통되는 셈이다. 수차구조물을 통과한 바닷물이 호수 측으로 빠져나가자 갈매기떼가 기다렸다는 듯 먹잇감을 낚기 위해 몰려든다.

1994년 물막이 공사 이후 담수호가 된 시화호는 하수 및 공장폐수로 ‘죽음의 호수’가 됐다가 2011년 11월 조력발전소 준공 이후 해수가 드나들면서 ‘생명의 호수’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현재 시화호 수질은 외해(外海) 수준인 COD 2~2.5ppm을 유지하고 있다.

김종득 K-water 시화조력관리단 운영팀장은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의 위대한 힘을 이용해 친환경 무공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 과정에 시화호가 다시 예전의 생태계로 되살아나는 일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 밀물에 발전이 시작되자 바닷물이 수차구조물로 거칠게 밀려가고 있다.

‘국내 최초, 세계 최대’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254MW급 시화조력발전소가 상업운전 만 2년째를 넘기고 있다. 2004년 12월 착공돼 2011년 4월 상업운전에 돌입한 이 발전소는 조석현상에 맞춰 일평균 8.8시간, 최대 13시간까지 가동된다. 지난달까지 누적발전량은 8억4000만kWh에 달한다.

일체형 25.4MW급 수차발전기는 발전 시 1만200V의 전압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변압기실을 거쳐 15만4000V로 승압된 전력은 10km 가량 떨어진 인근 남시화변전소로 송전된다. 이렇게 공급되는 전력은 인구 20만 규모의 김포시가 동시에 사용 가능한 양에 해당한다.

K-water는 이 전력을 전력 계통한계가격(SMP)으로 전력거래소에 판매하고 있다. 발전시기를 임의 조절할 수 없어 비중앙급전 발전기로 분류된다. 지난해 매전(買電) 수익은 6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전해진다. 연료는 달과 태양의 인력이 영구 무상제공한다.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이행 대상 발전사들이 인천만·강화만·가로림만 등에서 앞다퉈 초대형 조력발전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정부는 방조제 신설이 필요한 발전소에 대해 사업성 확보를 위해 REC(신재생공급인증서) 실적을 2배로 쳐준다.

물론 조력발전을 위한 방조제 건설과 그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는 여전한 논란거리다. 김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조력발전이 가능한 나라는 우리를 포함 15개국에 불과하다”면서 “생태계 보전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동시에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 천혜의 자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종득 팀장이 발전기실 내부와 조력발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자연의 힘으로 에너지를 얻지만 역으로 조력발전은 자연의 힘과 싸우는 일이다. 하루 두 번씩 제 시간에 맞춰 발전하려면 최적량만큼 유량조절밸브를 열어 수차를 돌린 뒤 만조때는 발전을 멈추고 수문을 열어 그만큼을 바다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

하루 네번씩 발전기와 수문을 가동-정지하는 과정이 연중 반복되면서 설비피로도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밀물 때 발전에 동원된 수차는 썰물 때 정상 회전수의 50% 이내로 역회전하며 서해로 돌아가는 바닷물의 물길을 터줘야 한다.

발전량을 최대치로 높이는 일도 만만치 않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밀물은 서서히 수위를 높여가다 가파르게 최고조에 달한 뒤, 만조기에 이르러 그 흐름이 뚝 떨어지는 흐름을 나타낸다. 수차를 통과하는 수량을 언제, 얼마나 여닫느냐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1966년 준공된 최초의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가(240MW) 운영 최적화에 무려 47년이 걸린 이유다. 시화조력은 현재 소조기-중조기-대조기 순으로 반복되는 조수차에 맞춰 최적의 운영값을 도출하고 있다.  

조력발전의 숨은 복병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속구조물을 녹슬게 하는 바닷물, 폭풍을 동반한 태풍 등도 해양에너지 시설만의 위협 요인이다. 시화조력은 부식 최소화를 위해 수차구조물을 스테인레스 재질로 가공하고 발전기실 내부로 공급되는 공기는 염해필터로 거르고 있다.

김 팀장은 “향후 다른 발전사들이 조력발전사업을 추진할 때 시화조력이 쌓은 노하우와 운영기술이 값진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화조력발전소 일대를 국내 대표 청정에너지 메카로 육성하다는 K-water의 계획에 따라 현재 발전소 인근에선 신재생체험관을 갖춘 1896㎡ 규모 조력문화관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엔 맑은 날 군산 앞바다까지 조망이 가능한 최고 75m 높이의 전망대가 세워진다.

조력발전소를 단순한 산업시설이 아닌 보고 체험하고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도 대거 확충된다. K-water는 1.5MW급 해상풍력 터빈을 방조제 인근에 추가설치하고 시화호 수면을 활용해 국내 최초의 해상 수상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김종득 팀장은 "내년에 조력문화관까지 완공되면 시화호 일대가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최대 관광거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라면서 "물의 가치를 특화한 에너지·관광자원 개발로 친환경 발전사업자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산=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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