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내달 2일 준공식 앞둔 GS EPS 당진복합 3호기
60%대 고효율 가스터빈 설치…발전효율 55.73% '최고'

▲ 충남 당진시 송악읍 부곡공단내 gs eps 복합화력 발전단지

[이투뉴스] “얼마나 법니까?” 1998년 충남 당진 부곡 국가공단내 LG에너지(현 GS EPS) 발전소 현장사무소. 사업계획을 브리핑 받은 그룹 총수(당시 구본무 LG회장)는 무언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대뜸 이렇게 물었다. 당시 발전사업의 수익률은 은행이율에 크게 못 미쳤다. 말문이 막힌 임원의 목소리는 풀이 죽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야…” (당시 LG그룹 주력사업은 전자·가전·화학이었다)

지난 10일 당진시 송악읍 GS EPS(대표 이완경) 당진복합화력 발전단지. 아산만과 접한 41만2500㎡(약 12만5000평) 부지 위로 다섯기의 연돌(굴뚝)과 최근 완공된 345kV 송전선로가 시선을 끈다. 15년전 잡초만 무성하던 발전단지는 1503MW의 설비용량을 보유한 북서해 주요 전력 생산기지로 변모했다. GS EPS는 2001년 최초의 민자복합화력인 538MW 1호기를 준공한데 이어 2008년 550MW 2호기를 추가 증설했다. 이달 중순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415MW급 3호기까지 전체 민자용량의 14%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촬영하시면 안됩니다. 작은 불빛도 위험상황으로 인지해 발전소가 멈출 수 있습니다.” 김보균 3호기사업관리팀 대리가 발전동으로 들어서는 취재진에 단단히 주의를 준다. ‘쏴아~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발전동 내부를 압도했다. 현장에 배치된 별도 인력은 없다. 7명으로 구성된 운전팀이 4조2교대로 1~3호기를 통합 제어하고 있다. 

▲ 발전소 상공에서 바라본 3호기(좌측). 우측 건물은 2008년 준공된 2호기 발전동이다.

“이 가스터빈이 60%대 세계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지멘스의 ‘SGT6-8000H' 모델입니다. 3호기 전체 효율은 55.73%로 현존 복합화력 발전기중 가장 높습니다.” 정비용 출구 유리창 너머 가스터빈을 가리키며 김 대리가 말했다. 시간당 5만톤(최대출력 기준)의 LNG를 태우는 가스터빈은 이륙직전 제트엔진처럼 출력을 한껏 높인 상태다. 

고효율 발전소는 그만큼 연료를 덜 써 발전단가도 저렴하다. 3호기가 최근 쉼없이 가동된 배경이다. 3호기는 지난 3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가 이달 19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워낙 효율이 높다보니 석탄화력을 제외한 발전소 가운데 가장 먼저 급전지시를 받는다. 복합화력은 가스터빈에서 LNG를 연소시켜 1차로 발전을 한 뒤, 여기서 배출되는 고온의 열로 증기를 만들어 스팀터빈에서 한 차례 더 발전한다. 통상 가스터빈 2기+스팀터빈 1기+배열회수 보일러 2기로 조합된다.

하지만 3호기는 설비구성부터 남다르다. 기존 복합화력은 가스터빈과 발전기가 한조를 이루고, 나머지 스팀터빈 1기가 또 하나의 발전기를 돌린다. 반면 3호기는 가스터빈-발전기-고압스팀터빈-저압스팀터빈 순으로 배치된 터빈구조물 자체가 1개의 축(Single-shaft)으로 구동된다. 발전기 1대를 가스터빈과 스팀터빈들이 공유한다. 이때 스팀터빈과 발전기 사이에 설치된 클러치(Clutch)는 양 터빈의 출력차를 고려해 최적 시점에서 스팀터빈 동력을 조절한다. 차량의 클러치 페달과 같은 원리다.

▲조기환 gs eps 3호기팀 처장이 발전설비 특성과 건설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좌측은 김보균 3호기사업관리팀 대리)

이같은 특성에 따라 3호기는 기존 복합화력 대비 설비구조가 단순하고 점유면적이 적다. 275MW 가스터빈 1기와 140MW 스팀터빈 1기가 차지하는 면적이 기존 복합화력의 절반 수준이다. 규모는 작지만 발전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멘스사의 최신병기인 H-Class(효율등급) 가스터빈(SGT6-8000H)이 스팀터빈과 최적의 조화를 이뤄 성능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3호기는 지난 9일 <Powergen Asia>로부터 ‘올해의 발전소상’ 수상 통보를 받기도 했다.

운영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도 이 회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GS EPS는 인력 최소화를 위해 발전사들의 5조 3교대 근무방식 대신 4조 2교대 방식을 채택했다. 대신 직원 역량강화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 일당백의 전사적 업무수행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조기환 3호기팀 처장은 "살아남기 위해 뼈만 가져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같은 유연성이 공기업과 차별화되는 민자발전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앞서 GS EPS는 GE사가 국내 가스터빈 시장을 과점했던 1998년부터 과감히 지멘스사의 설비를 도입했다.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가 필요했던 지멘스는 국내 실적을 쌓고, GS EPS는 저렴한 가격에 최신 설비를 조달하는 효과를 거뒀다. 조 처장은 "민간기업만의 프론티어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GS EPS의 도전은 지난 5월 착공한 100MW급 당진 4호기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950MW급 당진 5호기 복합화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동층보일러(CFBC)와 스팀터빈으로 구성된 당진 4호기는 2015년 8월 준공 예정이다. 이 회사의 발전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복합화력 5호기는 셰일가스 도입선을 확보해 연료를 충당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조 처장은 "국내 실정에서 민자발전은 수익을 위한 사업이라기보다 국가정책에 순응하기 위해 시작한 장치산업에 가깝다"면서 "오늘날의 GS EPS는 발전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한 상태에서 민자사업에 대한 냉대와 질시를 극복해나가며 운영효율화를 꾀하고, 전사적 혁신을 추구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당진=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인터뷰] GS EPS의 '17년 산증인' 조기환 처장
"민자발전이 전기팔아 돈번다는 생각은 잘못"

"전력수급난과 경기침체로 반짝 주목을 받고 있지만 발전사업은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출의 90% 이상은 연료비입니다. 수천억을 들인 것에 비하면 수익이 결코 높지 않습니다. 최근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지, 민간기업이 전기팔아 돈번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15년전 옛 LG에너지가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발전소 건설을 강행할 당시, 조기환 3호기팀 처장은 1호기의 공정공사비 총괄을 맡았던 차장이었다. 직원이라고는 그를 포함 20여명이 전부였다. 발전사업에 대한 노하우도 없었고, 민자발전에 대한 제도적 기반 역시 빈약했다. IMF가 터져 투자여건도 녹록지 않았다.

실제 당진 복합화력 건설은 시종일관 시련의 연속이었다. "몸에 불을 붙이겠다"며 건설반대에 나선 주민이 있었는가 하면, 당시 공업배치법에 발전소 입지규정이 없어 착공도 하지 못한채 1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조 처장은 "아무도 모르는, 정말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1년 1호기를 준공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발전사 대형 기저설비에 밀려 4년간 가동률이 20%를 밑돌았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눈물 젖은 찬밥을 삼키던 때"였다. 조 처장은 "돈을 벌기위해 대기업이 발전시장에 진입했다는 오해는 이런 시절을 모르고 하는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GS EPS는 장고를 거쳐 2005년 9월 2호기 착공에 들어갔다. 전력산업기반금에서 500억원을 융자받았다. 하지만 200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2호기는 PPA(구매계약대상) 설비인 1호기와 달리 변동비반영시장(CBP)에서 경쟁을 벌어야 했다. 조 처장은 "되돌아보면 전력산업 자체는 '노다지'가 아니었다"면서 "그나마 독점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GS EPS는 올초 당진복합에서 신당진변전소로 이어지는 345kV 송전선로를 준공했다. 당초 발전단지는 인근에 건설될 예정이었던 북당진변전소를 염두해 부지가 결정됐다. 그러나 2000년 이 계획이 돌연 백지화되면서 2,3호기 전력을 수송할 길이 사라졌다. GS EPS는 원만한 보상협상을 이끌어 내고, 신기술을 집약해 철탑간 거리가 최장 690m에 달하는 송전선로를 완성했다.

조 처장은 "민간기업은 공기업과 달리 회사의 존망을 걸고 유연성 있게 사안에 접근해 기필코 성과를 이끌어낸다"면서 "전력시장의 경쟁구도를 이끌어 공공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민자발전의 순기능을 잘 헤아려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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