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조찬강연회서 원전비중 논쟁 입장 피력
"온실가스 감축목표 지키기 어려울 것"

[이투뉴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사진>은 원자력비중 축소 논란과 관련, "우린 이미 23기의 원전을 돌리고 있고 34기는 확정적 계획 단계다. 주어진 원자력을 인정하고 안전을 전제로 본전을 뽑을 때까지 끝까지 써야한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24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주최한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원자력은 설비비가 많이 들고 연료비는 조금 들어 짓고 안돌리면 식당가서 밥값내고 밥 안먹고 나오는 것과 같다. 경제학자로서 이해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에너지, 여건의 변화와 하반기 전망'을 주제로 이날 강연에 나선 그는 하반기 이슈로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꼽은 뒤, "지금까지의 논의는 원전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과 원전을 반대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의 대결구도였다"고 폄하하며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현재 원전비중을 포함한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기초작업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직 기관장이 공식 석상에서 원전 축소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발언 말머리에 "나는 경제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운을 뗀 손 원장은 "원자력이 안전하다, 불안하다 논쟁을 벌이는 친원전-반원전 공방에 사실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다만 그런 논쟁이 현실감 없는, 굉장히 비현실적이란 게 문제"라며 양비론을 펴기도 했다.

손 원장은 "한반도엔 이미 34기의 원전이 있는거다. 이 원전들이 셧다운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돈 안나오는 원전 그대로 두면 엄청난 돈이 든다. 끝까지 쓰고, 그때가서 폐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지금 결정할 문제는 34기 플러스 알파가 얼마인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원자력을 에너지안보에 중요 축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 프랑스, 한국, 중국은 원자력을 갖지 않고는 해결 방법이 없고, 가질 수밖에 없고, 이미 가졌으므로 최선의 길은 후손들이 값싸게 (에너지를)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안전하게, 끝까지, 연장해 쓰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란에 대해선 "어떤 에너지를 쓰던지 환경에 데미지를 주는데, 고준위 폐기물 얘기를 들어보면 콘트롤 할 수 있는 소량의 물질"이라면서 "소량 집약해 관리할 수 있다면 그게 옳은 방향이 아닌가"라고 소신을 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을 사실에 근거해 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단 우리가 원전을 사용하는 방식은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일 때 만들어졌다. 우리가 (현재) 원하는 원전은 좀 더 고도화, 안전화 돼야 하며 미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쟁점은 적정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전원별 비중목표 설정이라고 시사했다.

손 원장은 "2035년 에너지믹스 설정에 몇가지 난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온실가스를 BAU(전망치) 대비 30% 줄이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이걸 지킬 수 없다는 게 정무적 판단이다. 하지만 이미 공언했고, 이걸 얼마나 조정해서 풀 것인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별 비중목표에 대해서는 "원자력을 어찌할지, 신재생에너지는 11%라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그대로 두고 하는척만 할지, 아니면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재설정)할지 여전히 (논의가) 난항"이라고 귀띔했다.

에너지 문제를 등한시하는 정치와 세태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언사를 이어갔다.

손 원장은 "에너지의 97%를 수입해 쓰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에너지수입액 1300억달러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까지 다 내다팔아도 남는 게 없는 금액"이라며 "본질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인데 에너지가 정치와 경제에서 중요하게 대접받지 못한다는 건 통렬하게 느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에너지는 국가의 생존전략이면서 국가 기본계획 가운데 일부로 취급해야 한다"며 "시진핑과 오바마를 봐라. 중국과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고 에너지자급률도 매우 높지만 에너지를 국가 주요 아젠다로 설정해 매우 주의깊게 접근하고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에너지 시장은 셰일가스 개발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셰일가스는 혁명을 넘어 에너지시장의 룰을 다 바꿔버릴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주는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며 "미국 주식시장에선 철강, 기계, 비료, 철도 등 관련주가 폭동하는 등 제조업의 변화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원장은 "원자력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비용이 상당이 올라갈 것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불투명한 기후변화 협약으로 그리드패리티 온다는 기존 가설이 무너졌다"면서 "이처럼 1차 에너지 상대가격이 다 바뀌었다는 건 새로운 에너지 세상이 도래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주요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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