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따가운 눈총을 받던 정치권이 정기국회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가스산업 민영화가 또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정부·여당과 민노총·시민단체가 대립각을 세운 민간기업의 LNG직수입 국내 재판매 허용을 담은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법안심사소위에 다시 한번 상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한표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에 재추진하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가스산업 민영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가스공사의 독점을 견제하고, 천연가스산업의 효율을 도모하는 법안이라며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당초 취지대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매 허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민간 직수입이 활성화되더라도 국민이 사용하는 가스는 여전히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수입한 가스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민영화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가스공사 독점 견제법’이라는 설명이다.

김한표 의원은 가스공사 노조가 진실은 묻어두고 가스산업 민영화라는 흑색선전만 흘리고 있다며, 노조의 주장이 허구라고 연일 포화를 터뜨리고 있다.

여기에 시점이 묘하게 감사원 감사결과가 최근 발표되면서 정책 드라이브에 협공을 가하는 모양새다.

공기업 주요사업과 경영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가스공사가 장기수요를 과다 예측해 약 10조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2017년 이후 연간 230만~750만톤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것처럼 보고했다며 관련자 문책과 징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가스공사 노조를 중심으로 한 민노총이나 야당, 시민단체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직수입자 간 판매 허용은 도입·판매사업을 허용하는 것으로, 사실상 가스산업 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제도적 장치라는 판단이다.

지난 6월 임시국회 법안 심사과정에서 논란이 거듭되며 결국 재판매를 철회하고 해외 판매만 가능하도록 한 수정안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가스요금을 내는 소비 주체인 국민들은 어떨까. 상반된 입장인 양측이 각각의 당위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일부 언론을 활용한 물타기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헛갈리기만 하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자는 게 아니다. 공기업 민영화는 세계 각국마다 여전히 논란에 휘말리는 현재 진행형인 사안이다.

분명한 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무수한 문제 제기를 외면한 채 강행된다면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추진된 정책이 계량하기 어려운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는 폐해를 수없이 보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밟는 게 바로 정책(政策) 아닐까.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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