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SR코리아 대표

 

[이투뉴스 칼럼 / 황상규] 고리, 월성, 울진, 영광 등 국내 4개 원자력발전소 인근 해역에서 어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한 결과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특히, 월성원전 주변에서 잡은 숭어에서는 세슘137이 최근 5년 평균 농도보다 최대 70배, 고리원전 부근은 최대 23배가 나왔다고 한다.

 

4개 원전 주변 어류와 해조류의 세슘137 방사능 농도를 분석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자료를 보면, 세슘137의 방사능 농도는 18.4~7089m㏃(밀리베크렐)/㎏ 정도로 나타나, 최근 5년간의 농도범위 38.6~151m㏃/㎏을 크게 초과했다.

또 그동안 어류 등에서 검출되지 않았던 세슘134도 검출됐다. 세슘은 핵실험이나 원전 사고 등 인공적 핵분열에 의해 생성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호흡이나 음식을 통해 몸속 근육에 많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번에 검출된 세슘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유출수에서 나온 게 아니라 2년 전 사고 당시 대기에 의해 한반도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어쨌든 이제 국내 연안도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만은 확인된 셈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한 것은 2011년 3월 11일. 그 이후 방사능 위험을 둘러싼 많은 논란과 논쟁이 있었다.

바람이 편서풍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로는 방사능이 오지 않는다는 주장과 여러 반론들이 있었고, 후쿠시마는 일본의 동쪽으로 태평양에 닿아 있어 해류를 타고 국내 해역에 영향을 끼치려면 5년 이상이 걸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면 괴담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람과 공기와 물의 흐름과 확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도서관, 공항, 버스터미널 등에는 흡연실이 있었다. 문을 꼭꼭 닫고 환풍기로 공기를 한 방향으로 24시간 빼내도 담배 연기는 유유히 인근 지역으로 퍼져 나갔던 것을 우리들은 기억한다. 기체의 확산 속도는 그렇게 빠른 것이다.

2011년 12월 31일 오전 10시경, 일본의 서해안 효고현 코미마을 해안에서 한척의 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조사결과 이 배는 후쿠시마현 인근 이와테(岩手)현에 등록되었던 배로 선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몰고 온 동일본대지진 당시 실종,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본 동쪽 해안에 있던 이 배가 불과 9개월여만에 서쪽 해안에서 발견된 사건은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수가 일본 서부, 즉 동해로 확산·이동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방사능 괴담을 엄단하겠다던 정부는 9월초부터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모든 수산물(74개 품목)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방사능 물질이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일본 전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수입도 금지하겠다고 했다. 수산물의 방사능 기준치도 기존 370베크렐에서 100베크렐 이하로 크게 낮췄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 건강을 위하여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방사능 문제는 '팩트'에 근거해 정확히 보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위험한 상황임에도 피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가 있다.

작년 일본 출장길에 방사능 계측기를 지참하고 동경과 후쿠시마 인근 지역을 다녀 본 적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공기 중의 방사능 수치인 공간선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극미량이지만, 이것이 호흡이나 음식으로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내부피폭이 되어 순식간에 발암물질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세슘은 나트륨, 칼륨과 같은 계열이고, 스트론튬은 마그네슘과 칼슘과 같은 계열이라 체내로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들 물질을 서로 구분하지 못하고 몸에 필요한 물질로 판단해 뼈나 장기에 장기 침착(沈着)하게 된다.

방사능 물질과 신체가 1m 떨어져 있을 때보다 이를 먹거나 마셨을 때 그 피폭의 세기는 100만배 더 크다. 우리의 방사능 대책이 내부피폭을 방지하는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방사능 문제와 관련해 현재도 우리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은 실내 라돈 오염 문제다.

한때 라돈 온천탕이 유행이었는데, 라돈탕이 피부염이나 관절염에 좋다고 하지만 라돈탕에서 호흡을 하는 순간 라돈 입자가 폐로 들어가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낡은 한옥과 화강암이 많은 암반수에도 라돈 오염도가 높다고 본다.

현재 공식 통계로 우리나라에서 라돈 오염으로 인한 폐암 사망자는 연간 4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방사능 물질의 또 다른 얼굴을 보는 셈이다.

방사능 괴담의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방사능 분야에서도 '측정없이 개선없다'라는 원칙이 통용된다. 지금의 방사능 괴담을 불식시키려면 방사능 계측기를 더 많이 보급해 직접 측정해 보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고 확실한 방법이다. 공기 중의 방사능, 수산물 속의 방사능도 예의주시 해야겠으나 실내 라돈 방사능 오염 문제도 이번 기회에 확실한 대책을 세우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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