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4호기 케이블 재시험 불합격 통보
전력난·UAE원전·밀양송전탑 공사까지 악영향

[이투뉴스] 화재시험과 내환경검증시험(LOCA) 시험성적서 위조의혹을 받아온 신고리원전 3,4호기의 케이블이 결국 재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4월 규제당국에 접수된 위조 제보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6일 "신고리 3,4호기에 설치된 케이블에 대한 화재시험에 입회한 결과, 케이블의 성능이 불만족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한국기계연구원과 방재시험연구원을 통해 이들 케이블에 대한 화재시험을 벌였으나 화염을 견뎌내야 할 케이블이 녹아내린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원전을 제어해야 할 케이블이 겉모습만 멀쩡한 '짝퉁' 부품으로 설치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신고리 3,4호기는 앞서 지난 5월 가동정지돼 같은 부품을 교체한 원전 4기(신고리 1,2·신월성 1,2)처럼 기당 수백km에 달하는 기존 케이블을 철거하고 새 케이블을 깔아야 한다.

원전 내부에 얽히고 섥킨 케이블은 3호기만 450km, 4호기까지 합치면 무려 890km에 달한다.  

이 때문에 기존 케이블을 철거하고 새 케이블 만들어 시험·검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일정을 앞당겨도 1년, 늦어지면 2년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당 건설비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새 원전이 납품가 120억원대 위조부품에 발목이 잡혀 꼼짝없이 1~2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게 된 상황이다.

당초 신고리 3호기는 오는 12월, 4호기는 늦어도 내년 9월부터 가동돼 전력난을 일거에 해소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이들 원전의 설비용량은 기당 1400MW에 달한다.

내년 7월 이전까지 417MW 안동복합화력과 948MW 울산복합 4호기가 새로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이들 발전소의 용량은 새 원전 1기에도 못 미친다.

"올해만 넘기면 내년부터는 전력난으로 고생할 일이 없도록 하겠다"던 정부 약속도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이날 원안위의 시험결과 발표 직후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성과 성능이 입증된 새 케이블로의 교체를 결정해 지체없이 교체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케이블 교체작업이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원전 가동지연에 따른 전력난 반복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신고리원전 3호기의 APR1400 노형은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원전의 참고 모델로, 2015년까지 가동하지 않으면 지연기간만큼 일정 부분을 지체 보상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어렵게 다시 시작한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생각해도 이번 재시험 결과는 결코 좋은소식이 아니다.

전력당국은 이달초 밀양 공사를 재개하면서 신고리 3,4호기 전력의 안정적 적기 공급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원전 가동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이 명분은 다소 빛을 바라게 됐다.   

선-후 관계를 따져봤을 때 공사를 다시 중단할 이유는 없으나 반대 측이 '시간이 있는데 공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할 빌미를 준 것만은 사실이다.

당장 이날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성명서를 내고 "신고리 3,4호 준공은 2017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며 "무리한 공사 강행의 명분을 잃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신고리 3호기 준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은 차질없이 마무리 짓도록 할 것"이라고 맞섰으나 새 원전 가동 예상시기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래 저래 전력산업 전반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 원전비리 망령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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