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여곡절 끝에 ‘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이 마련됐다. 시민사회·산업계·학계 60여명이 참여한 민관 워킹그룹이 지난 5개월간의 숙의를 거듭한 끝에 새정부 에너지 정책 기본방향을 정책제안 형태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민관 합동이라는 말에 숨어 있듯이 정부도 적극 관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초안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부는 이번 권고안이 과거 1차 국기본을 만들 때와는 태생부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종단계에서 공청회 등 형식적 청취에 그쳤던 이전과는 달리 진정성 있는 의견수렴을 위해 민관 워킹그룹을 구성, 진정성 있는 의견수렴을 강조한 말이다. 특히 실무작업반이 무려 5개월 동안 다양한 정책이슈를 밀도 있게 논의했다는 점도 집중 부각시켰다.

워킹그룹을 총괄한 김창섭 위원장(가천대 교수)은 이번 권고안이 논의 프로세스를 새롭게 구축했으며, 경제성과 공급안정성 위주에서 수용성·환경성을 균형있게 반영한 점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그는 “가격과 세제에 대한 개편안을 마련하는 등 기본계획이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도록 애를 썼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이었던 원전 비중과 관련해서도 “이해관계자별로 입장이 매우 달라 합의도출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바탕에서 워킹그룹은 ▶2035년 원전비중 22~29% ▶신재생에너지 비중 총에너지 기준 11%(2035년) ▶분산형 전원 5→15% 확대 ▶에너지 가격 및 세제개편(전기와 非전기 왜곡 해소와 유연탄 과세) ▶전력 15% 감축 등 수요관리 강화 등을 제시했다.

워킹그룹이 제시한 권고안을 보면 상당한 에너지정책의 변화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원가에도 못 미치는 등 국내 에너지정책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전기요금에 대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각인시켰다. 또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갈피를 못잡던 원전 비중을 22∼29%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는 점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여기에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함께 송전요금 차등화 등을 통해 분산형 전원을 15%까지 늘린다는 계획 역시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유연탄에 대한 과세 역시 경제성 우선이 아닌 환경성도 고려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후폭풍도 거세다. 워킹그룹 권고안이 표면적으로는 대대적인 에너지 정책 변화를 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틀에서 벗어난 게 하나도 없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교묘한 숫자놀음을 통해 국민들에게 착시효과만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가장 먼저 대폭 줄인 것처럼 비춰지는 원전 비중의 경우 1차 국기본(발전설비 기준 41%) 자체가 비현실적이었으며, 결국 현재의 원전 수준(25%)을 유지하겠다는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030년 기준 11%로 잡혀있던 신재생 비중 역시 5년 뒤 목표임에도 11%로 유지한 것 역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줄어든 원전과 신재생 비중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결국 석탄과 LNG라는 화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의중도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유연탄 과세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지 모르지만 이 역시 유연탄을 대폭 늘리기 위한 사전정지작업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수요관리 강화도 실효성 있는 구체적 계획은 전무하다.

실제 워킹그룹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은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의 땜질식 처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평가 절하했다. 이어 그는 “심하게 말해 원전마피아의 숨겨진 힘을 실감했을 정도로 현실론을 내세운 기득권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워킹그룹 권고안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두 가지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이제 판단과 최종 결정은 정부에 넘어갔다. 그리고 국민은 이를 지켜볼 것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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