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순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교수

시장경제의 가치관에서 보면 에너지 분야는 시장경제의 원칙들이 잘 지켜지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해서 숨 가쁘게 변동하는 원유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국제 원유시장은 경제학에서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정치적, 심리적 변화까지 반영하여 매일 원유가격이 결정되어 발표되고 있다. 이런 원유시장을 보면 시장기능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여러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이런 시장에서의 ‘또 다른 손’인 정부의 개입이 비 시장적 결정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원 국유화 움직임과 국제정치의 목적과 수단이 되어가는 에너지 자원들이 그 것이다.


또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자원의 수요국가들의 적극적인 정책개입도 ‘또 다른 손’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시장이 중요한 가치이고 시장의 원칙들이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도, 에너지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에너지 안보’ 혹은 ‘에너지 자립’등의 단어 뒤에 가려지는 현실은 인정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렇게 ‘에너지’가 국가의 중요한 문제가 된 현실에서 적극적인 정책과 사회적 합의에 의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라는 난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하고 ‘에너지비전 2030’이란 좋은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비젼 2030’은 과거에도 많이 들어본 내용을 담고 있고 원자력 에너지 이용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률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우려도 있고 희망을 가지기도 하는 부분이 있다.
어차피 에너지 문제를 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의해 해결하기보다 ‘또 다른 손’의 역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면 다른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선 비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풀어갈 ‘국가에너지전략’이라는 큰 그림이 먼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토론을 거친 의견수렴이 먼저 되어야 하고 이런 과정이 비록 시간이 걸리고 이해관계충돌로 좀 어렵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 후에 국가적 전략으로 ‘에너지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마련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고 공감하는 큰 그림을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시장을 이야기하면서 꼭 기억하고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분배이다.


그러나 ‘에너지비전 2030’을 보면 단지 수급문제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과 분배라는 가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가에너지전략’에 반드시 고려되고 반영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이 에너지전략을 마련하거나 수정하고 새로운 현실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왕 늦게 시작한 거면 좀 힘든 과정이더라고 우리가 지향하는 시장이라는 가치와 효율적 이용과 분배라는 보편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국가에너지전략’에 담겨지길 바란다.


정부가 시민단체를 포함한 에너지관련 최고의결기구를 구성한 바에 ‘또 다른 손’ 이 ‘큰 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의 중요가치를 반영한 국가적 에너지전략이 하루 빨리 나와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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