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결과가 일상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 무의식적으로 반복했던 일들이 내 일상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습관의 주체는 사람만이 아니다. 취재를 하다보면 출입 기관별 업무스타일, 분위기가 꽤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말로는 '출입처 적응'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적응'은 기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변에서 한결같이 '소통 부재'를 호소하는 기관이 있다. 석유공사다.

올봄에 만난 한 알뜰주유소 사업자는 해당 기관에 대해 "공무원처럼 일합니다"고 체념했다. 한 대학교수는 "옳은 말, 듣기 싫은 말을 하고 나면 어느새 자문위원에서 제명 당합니다. 헌데 가만보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만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더군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조경태 의원은 "수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는 하베스트 인수를 불과 5일 만에 편법을 동원해 결정 했다"고 나무랐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던가. 각각의 불통에 대한 공사의 변명도 다양하다. "상류부분만 상대하다 알뜰주유소 같은 하류부분은 처음 맡는 일이라 적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한 일이며, 석유공사는 결정 권한이 없습니다", "이전 담당자가 한 일이라 저는 잘 모릅니다"

핑계 대기는 공사 홍보팀의 일상적인 말로 귀결된다. "하도 맞아 이제는 맷집이 생긴 것 같아요" 홍보팀은 각종 지적에 이력이 났다는듯 담담하게 말한다. 억울함도 느껴진다. 알뜰주유소는 말 그대로 처음 맡는 업무고, 해외자원개발은 지난 정부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움직인 부분도 인정된다.

하지만 그 결과 알뜰주유소는 목표수치인 1000개 도달이 눈앞이라고 홍보하고도 일년이 다되도록 이루지 못했다. 공사의 해외자원개발에 발맞춰 함께 해야 할 전문가 집단은 석유공사를 '불통기관'이라며 머리를 가로 저었다. 또 의원들은 국감에서 석유공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앞다퉈 두드리기 바쁘다.

전문가집단이 수년 째 반복해온 해외자원개발 실패에는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인수 당시 의사결정한 사람리스트와 부서별 평가 보고서가 공개돼야 한다던 지적은 현실이 됐다.

산업부는 최근 프로젝트 이력제와 투자 실명제를 운영해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사업담당자의 책임성을 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석유공사 국감 현장에서 한 의원은 M&A 관련 담당자들의 리스트와 그중 결정에 영향력이 큰 인물을 구분, 정리한 표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핑계 둘러대며, 맷집 키우기 '습관'의 결과는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개혁이 지속되는 '일상'이 될 수 있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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