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물량 4천만배럴로 확대·수정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비축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석유비축사업은 전략비축사업에서 시작됐다는 말처럼 사업의 특성상 평상시보다는 석유위기시를 대비해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유비축사업은 보험과 같은 사업이다. 우리가 질병이나 사고와 같은 비상시를 대비해 평상시 보험료를 지급하고 생명보험과 자동차 보험 등 각종 보험을 들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위해 석유비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러나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보험료(석유비축사업 경비)는 자칫 소모적인 경비로 인식되기 쉽다. 실제로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석유비축사업은 정부 예산 분배에 있어서 높은 우선순위를 배정받지 못해 왔다.


이러한 우리 정부가 단순한 석유비축사업을 넘어 경제성을 가미한 국제공동비축사업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국제공동비축사업은 우리가 직접 비축유를 구매하지 않고 기존의 비축시설을 대여해 비축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박일범 석유공사 국제비축팀장은 "오히려 비축시설 대여 수식을 통해 석유비축경비를 충당함으로써 국가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도 동시에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공동비축사업은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그 우수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우리나라의 국제공동비축사업을 모범적이고 혁신적인 사례로 인식, 올해 8월 이후 이에 대한 심층연구를 포함한 새로운 전략비축 시스템 구축을 연구 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활성화되는 국제공동비축사업
국제공동비축사업은 여유저장시설에 일정 금액의 저장료를 받고 산유국의 원유를 유치하는 사업이다. 비상시에는 우선 매수권 행사를 통해 시설계약용량만큼 원유를 확보함으로써 국내석유수급의 안정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산유국으로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동북아 석유시장을 선점하고 마케팅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많은 관심이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고유가 상황은 올해 국제공동비축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서산기지 준공 이후 국제공동비축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제공동비축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박팀장은 "고유가로 인한 동북아 석유시장의 확대와 유가 변동폭의 증대가 있었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적절한 판매처를 찾지 못한 물량에 대한 해결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저장시설 임대시 마케팅 다양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도 국제공동비축사업만의 장점이다. 우선 비축유 구입 희망자가 요구하는 물량 또는 유종(물질)에 맞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모아 팔기ㆍ나누어 팔기 등이 가능하고 동북아 인근 지역 고객의 특정한 요구에도 신속히 대응이 가능해 진다. 박팀장은 "일본의 A정유사에 B원유가 5일 이내에 당장 필요할 때 중동ㆍ아프리카 등 지리적으로 원거리에 있는 경우에는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내 저장시설에 동 유종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프리미엄을 붙여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국제공동비축사업 규모 2700만배럴 확대
우리나라는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지난 1999년 여수 저장시설 완공을 계기로 본격적인 국제공동비축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중동 산유국은 원유를 직접 판매할 뿐 외국 저장시설을 임차한 사례가 전문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 그 결과 1999년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를 최초 유치한 석유공사는 이후 2004년까지 5년 동안 국제공동비축을 크게 확대하지 못했다.


이러한 국제공동비축사업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 서산기지가 준공된 지난해였다. 석유공사는 서산기지 준공에 맞춰 적극적인 해외업체 마케팅을 실시해 국제공동비축 물량의 획기적인 증대를 실현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비중동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인 알제리 원유를 장기 유치함으로써 석유공사의 단계적 전략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알제리 유치는 향후 다른 OPEC 산유국의 관심을 유발시켜 국제공동비축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박팀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제공동비축 물량은 전년대비 860만배럴 증대한 총 1990만배럴에 달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올해에도 국제공동비축사업은 일대 전환기를 맞이했다. 중동 핵심 OPEC 산유국인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를 유치해 올해에만 710만배럴의 물량을 신규 유치했기 때문이다. 박팀장은 "국제공동비축 규모가 2700만배럴도 확대됐다"며 "정부의 목표를 2년 앞당겨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원유유치 대상 확대
올해 정부는 정부비축계획 수정을 통해 국제공동비축 목표를 2400만배럴에서 4000만배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정책 수정에 맞춰 석유공사도 국제공동비축사업 확대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동 산유국은 물론 사할린 등 동북아 인근 지역의 생산 원유로 유치 대상을 확대하고 시성 투자를 증대해 비축시설 임대회사의 요구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박팀장은 "전문인력 및 조직 보강을 통해 국제공동비축 4000만배럴 시대에 대비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공동비축은) 향후에도 비축사업의 경제성 확보와 동북아 물류의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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