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정부가 당면한 전력수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달부터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은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1000kW 이상 고압B·C 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인상하고, 주택용은 현재 6단계인 누진제 구간을 3단계로 줄여 가계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전기료 현실화는 합리적 에너지소비 유도와 올겨울 수급난 완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단이다. 더욱이 공급력 확충을 위해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지불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값싼 전기로 산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는 종식될 때가 됐다.

한전의 지난해 종별 전기 판매내역에 따르면, 산업용은 전체 판매량의 55.3%를 차지하는 가운데 판매단가는 kWh당 92.83원에 머물러 주택용(123.69원)이나 일반용(112.50원)보다 저렴하다. 이는 전체 판매 단가(99.1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석유 등 1차 에너지 대신 값싼 전기로 생산활동을 영위해 왔고, 그 결과 수급불안이 해마다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들이 전력위기를 넘기겠다고 에어컨을 끈 채 비지땀을 흘릴 때, 한 제철소는 소형원전 1기(700MW)에 해당하는 전력을 전기로(電氣爐) 가동에 썼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나라의 전기는 결코 소비재가 될 수 없다. 누가 과도하게 사용하면 꼭 필요한 곳에서 쓰지 못하는 공공재다. 이런 맥락에서 전기료 현실화를 통한 수급난 완화와 소비왜곡 시정은 당위성을 갖는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기료 인상은 과연 기대했던 것처럼 수요를 크게 낮추는 효과를 거두게 될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고개를 가로 젓는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시멘트, 조선 등 국내 경제를 떠받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에너지다소비 업종이다. 짧은 시간 내에 부가가치 생산에 투입되는 절대량을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기에 전기료의 가격 탄력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건 정부도 인정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결국 전기료 현실화는 일부 소비왜곡을 해소하는 효과는 거둘지언정 만성적 공급부족과 국가적인 전전화(轉電化) 추세를 단번에 해소하는 근본적 해법은 못된다.

정부는 미래 수요를 면밀하게 분석해 시의적절한 공급계획을 세워야 함은 물론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경제주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후속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면서 선진국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그 배경과 미래 변화상을 국민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잊어선 안된다. 뜻하지 않은 반발과 부작용이 불거졌을 때 맥없이 포퓰리즘 정책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그에 앞서 에너지소비의 전기화가 유발한 사회·환경적 비용을 구체적 근거로 제시해야 하고, 그런맥락에 원가에 기반한 발전단가 재산정은 시급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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