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경동나비엔의 ‘국가대표 보일러’ 표현을 막으려는 귀뚜라미의 도전(?)은 네버엔딩 스토리다.

국가대표 보일러, 대한민국 1등 보일러 문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귀뚜라미의 행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업종이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나, 1년 가깝게 6라운드가 전개되도록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해 해당업계뿐만 아니라 주변에서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모두 흙탕물을 뒤집어쓰자는 심뽀라는 비난이 거세다.

귀뚜라미가 제1라운드를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경동나비엔 광고문구 가운데 ‘국가대표 보일러’‘국내 1등, 수출 1등’ 등의 표현이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에 ‘표시·광고 위반’ 신고를 접수하면서다. 그해 말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부당한 광고 표현’ 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올해 1월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아무 문제가 없다”며 무혐의 판결을 내리고, 방심위도 광고 표현을 그대로 유지하되 객관적 증빙 표시를 보완하라는 권고의견을 냈다. 사실상 1, 2라운드에서 경동나비엔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귀뚜라미가 내용을 조금 달리해 1월말 공정위 본청에 ‘표시·광고 위반’을 재신고한데 이어 1차 신고에서 무혐의 판결을 내린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3월말 또 다시 신고를 접수시키고, 8월에는 방심위에 추가민원을 제기했다. 숨 돌릴 틈 없이 3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판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라운드에서도 기존 결정은 뒤집혀지지 않았다. 추가신고를 받은 방심위가 9월 전체회의를 열어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행정지도의 가장 낮은 단계인 ‘의견제시’로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방심위 판단은 귀뚜라미가 바로 다음달인 10월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또 다시 신고를 접수시키면서 무색해졌다. 이번에는 3년 연속 국내 판매 1위, 대한민국 국내 판매 1위, 대한민국 국내 가스보일러 생산·판매 1위, 가정용 콘덴싱 기름보일러 생산·판매 1위를 문제 삼았다.

결과적으로 공정위 4건, 방심위 2건 등 모두 6라운드가 펼쳐져 3라운드까지 귀뚜라미가 뜻을 이루지 못했고, 현재 공정위 본청 1건, 서울사무소 2건 등 3개 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특성 상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이 직접 오더를 내리지 않고는 이처럼 끝없는 라운드가 진행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룹 회장이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어느 한 기업이 아니라 보일러업계 전체가 빈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방심위 실무자조차 “진흙탕 싸움으로 결국 해당업계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우려할 정도다.

가뜩이나 휴대폰보다 싼 가격으로 과당경쟁에 허덕이는 보일러업계다. 흠집내기 식의 소모적 안티 마케팅은 결국 시장 전체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일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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