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578MW로 출발 30년來 3배 대형화발전단지 대단지화·송전망 부하 가중 부작용

 

▲ 1400mw급 원자로를 채택한 신고리원전 3,4호기.

 

[이투뉴스] 원자력 발전소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설비기술 향상에 따라 단위용량을 키우는 일이 가능해진데다 사업자 입장에선 기왕이면 용량이 큰 원자로를 들이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서다. 그러나 이같은 대형화 추세는 발전소 대단지화와 송전망 부하를 가중시키는 한편 수급 유연성을 되레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발전업계와 설비제작사들에 따르면, 1978년 587MW급 고리원전 1호기로 첫발을 내딛은 국내 원전은 현재 1000MW급(OPR 1000) 원자로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조만간 1400MW급(APR 1400) 모델이 주력기종으로 자리잡고, 뒤이어 1500MW급 신형 원자로가 그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30여년 사이 3배 가량 덩치를 불리는 셈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의하면 전체 23기 원전 중 용량이 1000MW인 원전은 신고리 1·2호기, 한빛(영광) 3~6호기, 한울(울진) 3~6호기 등 11기로 가장 많다. 뒤이어 950MW급(한빛 1·2, 영광 1·2, 고리 3·4호)과 700MW급(월성 2~4호)이 각각 6기, 3기씩이고, 나머지 원전은 679MW(월성 1호) 미만의 중·소형이다.(고리 1·2호)

하지만 가동을 앞둔 신월성 2호기(OPR 1000)를 끝으로 '1000MW급 전성시대'는 곧 막을 내린다. 내년에 가동예정인 신고리 3,4호기와 2018년 준공되는 신울진 1,2호기는 모두 1400MW급 ‘APR 1400’ 원자로를 채택했다. 건설 준비단계에 있는 신고리 5,6호기와 신울진 3,4호기,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원전(4기) 등 12기도 같은 모델이다. 주력원전의 세대교체가 내년부터 본격화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향후 정책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작년 9월 신규부지로 선정된 영덕(천지원전)과 삼척(대진원전)에 4기를 추가 건설하는 계획이 확정되면, 현재 개발 완성단계에 있는 차기 한국형 모델 'APR+'이 첫 투입돼 '원전 1기=1500MW'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현존 세계 최대 원전은 프랑스 아레바사가 핀란드에 짓는 'EPR1600'(1600MW) 모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국내 원전의 대용량화는 'APR1400'을 정점으로 1500MW급 ‘APR+’ 100% 국산화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현재는 용량을 키우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100MW급 소형 스마트원자로 상용화 및 수출에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의 대용량화 기존 발전단지의 대단지화, 송전선로 계통부하 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산형 전원 확대 정책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진 용량만큼 고장정지 시 공급력 공백이 커지고 수급 유연성이 하락하는 것도 문제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전단지의 지역편중과 설비대형화는 사회적 형평성과 공급 불안정성을 높이는 전통적 수급체제의 구조적 문제”라면서 “특히 원전의 대형화는 유사 시 대규모 용량 탈락과 송전계통의 취약성을 증대시키므로 단지별 규모 제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과 교수도 "대단위 발전단지 위주의 전원은 인출선 고장에 의한 과도안정도 문제 뿐 아니라 선로과부하, 전압안정도, 고장전류 차단을 위한 SPS 증가 등의 다양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며 "기저전원의 전원분산 및 수요 분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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