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지난 11월 4일 ‘CDP한국위원회’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250대 기업에게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묻고 이에 응답한 90개 기업의 응답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금년으로 한국에서 6년째 이루어지고 있는 이른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해가 갈수록 양과 질에서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보다 치밀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하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기후변화 문제를 경영 전략에 통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를 위한 경영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응답 기업의 90%가 이사회 혹은 임원진 수준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고, 89%가 기후변화를 경영전략에 통합하고 있으며, 73%가 기후변화 관련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배출권거래제 등 정부 정책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다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응답 기업의 91%가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고, 56%가 실제로 감축활동을 진행하여 전년도 배출량보다 4.8%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업활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 scope 1과 2뿐만 아니라 scope 3의 배출량까지 관리하는 기업도 늘어 평균 2.3개의 scope 3 배출원을 보고하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정보의 신뢰성과 접근성도 크게 향상되었다. 지난해 배출량의 검증을 받은 기업이 응답기업의 45%였으나 금년에는 61%로 증가하였고, 93%가 CDP 이외의 다른 매체를 통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기후 정보를 재무보고서에 포함시킨다는 기업도 32%나 되어 기업들이 정보 공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부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보고서는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상위 기업과 중하위 기업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가총액 100등까지 기업군과 그 이하에 속하는 기업군 사이의 격차를 보면, 응답률에서 66% 대 16%, 온실가스 감축활동에서 85% 대 57%, 감축량에서 5.1% 대 3.9%, scope 3 배출원 보고 개수에서 3개 대 0.5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중하위권 기업의 대응이 아직은 한참 부족하고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응답 대상 기업은 모두 132개였는데 이 가운데 42%인 56개 기업만이 응답하여 국민연금의 자산 운용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기업에게 실질적인 가치로서 의미를 갖고 있다.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는 기업의 주가 수익률은 KOSPI 200 대비 22%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 활동이 직접적인 기업 가치로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대해 보상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전력 원단위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내 기업이 외국 경쟁 기업에 비해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 기업들이 1억원 매출에 들어가는 전력량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7.6MWh인데 비해 도요타는 1.4MWh이고, LG화학이 16.6MWh인데 바스프는 6.2MWh이다. 결국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전력 사용을 줄여 경쟁력도 높이고 돈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혜택을 준다는 의미가 된다.

해가 갈수록 기후변화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 또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안정화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어쩌면 앞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산업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유비무환이라던가! 기업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당위가 되고 있다. 내년 CDP에는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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