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두 개의 상을 받았다. 하나는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정직성ㆍ언행일치ㆍ교양 등을 따져 일선 정치부 기자들이 뽑은 '백봉신사상'이며, 또 다른 하나는 모 패션모델 전문기업이 한 해 동안 '옷 잘 입는' 유명인에게 주는 코리아 베스트 드레서상이다.


정장관이 멋쟁이로 통하는 배경이다. 절도와 예절이 몸에 배어있고 상황에 걸맞은 미소를 전유물처럼 사용할 줄 안다. 그래서일까. 비토세력이 없고 리더십이 뛰어난 그의 당 의장 추대를 점치는 관측도 최근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본지는 한 부서의 수장으로 그가 산자부에 머무는 동안 느꼈던 에너지 분야의 현안에 대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중국 출장길에 앞서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정장관은 최근 당내갈등에 대해 "정당이란 권식(眷食)이 없는 곳"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같이 모시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에 지금이 (당복귀) 적기이고 1월에는 돌아가려고 한다"며 정계 복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장관직은 일반적으로 2년 정도 하면 좋은데 우리 같은 정치인은 2년 할 형편이 안 된다"면서 "지나고 보니 3개월 정도 일하면 어느 정도 알게 되고, 6개월을 하면 능숙해지고, 1년 정도면 문제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더라"며 국무위원 재직경험에 대한 소회를 소탈하게 풀어놓았다.

 

정장관은 인터뷰 직후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에너지각료 5자회담'을 위해 1시40분 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등 각료로서 마지막 해외순방일정을 숨가쁘게 소화해내는 정열을 보였다.

 

◆해외자원개발 한국형 모델 확산=정장관은 2013년 에너지자주개발률 18% 달성을 위해 산자부가 전략적 자원외교와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을 확산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자주개발률 달성에 대한 산자부의 계획에 대해 질문은 받은 정장관은 "자원학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자원 확보가 지속 성장과 국민생활 안전의 관건이 되고 있다"며 "정부는 수요측면의 에너지 절약대책과 함께 공급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산자부는 내년 초 '제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지역별, 에너지원별 전략을 마련하고 정상외교 등 전략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란 것이다. 이에 그는 "산업인프라와 자원개발이 동반 진출하는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을 확산시켜 자원보유국의 자원민족주의를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주개발률 달성을 위해선 전문회사 육성과 해외자원개발 인프라 지원 인프라 혁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장관은 "석유공사에 대한 출자를 확대해 공사가 일일 30만배럴의 생산능력을 갖춘 지역 메이저로 육성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민간기업의 자원개발투자 확대도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자원개발 지원 인프라 혁신을 위해 시중자금을 통해 자원개발펀드를 확대하고 자원개발 전문인력 양성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인적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장관은 아프리카 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해외자원개발 진출에 의욕을 내비쳤다.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는 에너지ㆍ자원 확보경쟁이 치열해지는 격전지로 우리나라가 전략적인 협력을 통해 집중 공략해 나가야 하는 목표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정장관은 "우리나라도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지역 등을 목표로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면서 "참여정부 출범 후 이집트ㆍ나이지리아ㆍ앙골라 등 아프리카 3개국과 카자흐스탄ㆍ우즈벡ㆍ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 3개국과 정상 자원외교를 전개한 것은 임기 중 큰 성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아프리카 지역의 석유개발을 위해 이집트와 리비아 등 7개국에서 10건의 개발 및 탐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현 정부 출범 후 중앙아시아의 석유개발을 위해 카자흐스탄과 우즈벡 등 2개국에서 6건의 탐사권을 획득했다"고 성과를 자랑했다.


이처럼 자원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인력양성시스템'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정장관은 답했다.

 

그는 "에너지분야 전문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산업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에너지 인력양성을 위한 예산을 2001년 12억원에서 올해 257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에너지기술 혁신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학교육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올해 말까지 산ㆍ학ㆍ연 전문가와 함께 에너지자원인력양성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에너지 분야 인력 수급실태분석과 함께 인력양성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해 나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자원개발분야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정장관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남북자원교류가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며 북한자원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하자원 매장량은 유한한 것으로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하고 선점효과가 크므로 북한 핵 사태와 같은 정치적 상황에도 남북 협력사업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이 북한의 철과 아연, 금ㆍ은 광산에 투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고 싱가폴, 독일, 스웨덴도 뛰어들고 있다면서 "성공적인 대북 자원교류는 상호 호혜적인 경제적 실리 측면에서 협력기반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광물개발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은 개발된 광물의 일부를 주는 남북 간 윈-윈 상황이 가능하다"며 "다만 북한의 전력난이 여전하고 공업용수마저 충분치 않아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검토시 관련 인프라 구축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2010년 수소 1000억달러, 태양광 360억달러, 풍력 340억달러 시대 선점=정장관은 해외자원개발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육성과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저감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차세대 신성장 산업'으로 정의한 정장관은 "수소연료전지와 태양광 등 신에너지기술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이 IT(정보기술)와 BT(생명공학)를 넘어서는 거대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를 육성하면 2010년 수소 1000억달러, 태양광 360억달러, 풍력 340억달러 시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이자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에너지 자립도를 제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487만9000TOE로 총 1차 에너지소비의 2.13%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2011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5%로 높인다는 목표를 소개한 뒤 "관련예산을 확충하는 한편 인프라지원과 보급 사업을 통한 시장창출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장관은 이에 대한 계획으로 상용화ㆍ산업화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ㆍ태양광ㆍ풍력 등 3대 핵심분야 중심으로 전략적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방안과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 등의 시장창출 방안,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제도 도입과 같은 인프라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육성과 더불어 그가 강조한 것은 산업부문의 에너지 절감이다. 대안 에너지를 개발하고 신규 광구를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아끼는 일'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90년대 산업부문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약 9%의 높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다행히 에너지관리진단과 절약기술 보급 등 에너지이용합리화 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2~3%대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앞으로도 산업부문의 소비절감을 위해 통합에너지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에너지절약전문기업을 육성해 나가는 한편 에너지진단 의무화 등 이용합리화 시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 정장관은 원자력 산업의 해외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원전시장인 미국 등의 나라에서 올해 말까지 약 5억달러 가량을 수주했다"고 자랑하면서 "플랜트 수출의 경우도 아직까지 구체적 실적은 잡히지 않고 있지만 향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루마니아와 인도네시아에 대한 수출 전망이 밝다"면서 "정부는 앞으로 관련업계와 함께 국내 우수 기술인력과 건설운영경험을 토대로 적극적인 해외시장개척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장관은 "국민도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며 국민참여가 모든 정책의 근간임을 재삼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