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정우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원의 슈퍼사이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슈퍼사이클은 자원가격이 20년 이상의 상승과 하락 주기를 갖는 다는 것이며 1997년부터 시작된 3차 슈퍼사이클이 최근 정점에서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8월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석유수요가 정점을 지나고 있으며 앞으로 글로벌 석유수요는 점차 감소하여 이제 석유는 어제의 연료(yesterday’s fuel)로 전락할 것이라고 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석유의 고갈을 예견하는 피크오일 시기를 두고 많은 논쟁들이 있었던 것이 불과 5∼6년 전인데, 지금 다시 석유를 포함해 자원의 과잉공급 시대를 이야기 하는 슈퍼사이클의 정점시기가 논쟁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5∼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세계 석유의 수급현안을 양극단으로 방향 전환시킨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피크오일 논쟁시기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셰일가스나 타이트 오일 등 비전통자원이 새로운 공급원으로 등장했고, 또 당시에 원자재 블랙홀로 불리던 중국을 포함 BRICS 국가들의 경제가 지금은 성장률의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슈퍼사이클의 정점시기를 예견하기 위해서는 향후 비전통자원의 생산규모와 신흥 국가들의 장기 경제와 자원수요의 향방을 전망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중에서 신흥 경제국들의 에너지 및 자원수요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세계 인구가 현 70억 규모에서 2050년에는 96억 규모로 늘고(UN 추정), 중국, 인도 등 인구 대국에서 성장률이 둔화되더라도 도시화와 산업화가 지속되고 중산층이 늘어나 대규모 에너지와 자원수요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공급부문에서 비전통자원의 생산규모를 예측하는 데는 아직 불확실 요소들이 너무 많다. 셰일가스전의 초기 높은 생산감소율(steep well-production declines)에 대한 기술적 과제와 환경제약에 대해서도 아직 전문가들 간에 이견이 많다. 특히 중국, 유럽 등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대규모 비전통자원의 생산 가능성 역시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슈퍼사이클이 정점을 지나고 유가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또 하나는, 설사 비전통자원이 늘어난다 해도 자원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easy oil이 거의 고갈되고 현재 남아있는 자원은 생산비가 높은 오지, 심해, 극지 등의 자원이며 매장량이 풍부한 비전통자원도 높은 생산비와 신규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본다면 슈퍼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 해도, 자원의 가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술의 반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프랙킹(Fracking) 기술이 단기간에 셰일가스의 생산을 확대하여 세계 자원구도의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것과 같이 또 다른 획기적인 시추기술이 나올 수 있고 에너지효율이나 신재생에너지에 기술혁명이 일어나 자원의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수년 전만해도 셰일가스 생산기술의 상업화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처럼, 향후 에너지·자원 분야의 기술혁신이 어떻게 진행될지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또한 금융의 국제화와 함께 자원을 매개로 한 금융상품이 많아지면서 자원 가격의 사이클이 과거보다는 주기가 짧아지며 잔파동이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 유가는 2007년 하반기만 해도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이었으나 2008년 7월 150달러까지 급상승하다가 수개월만에 30달러대로 떨어지고 또, 100달러대로 다시 회복하는데 2년이 채 안 걸렸다. 과거에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석유가 금융시장의 주 상품이 되면서 경제전망의 불확실성, 자원부국의 정치소요 등 다양한 불안요소들이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상품이나 투기수요와 연계성이 높아지고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세계 자원가격 변동주기가 짧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같이 경제의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기술이 진보될수록 국제 자원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확장되고 있다. 에너지·자원의 미래를 예측하기 정말 어려운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현 시점에서 전망해 볼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에너지의 고갈시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다만 에너지를 사회적, 환경적 제약 없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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