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우리 어르신들께서 ‘비가 오신다’라고 비에 대해 경어를 쓴 것을 보면 비에 대해 공경심과 경외심을 가진 듯하다. 햇빛, 바람, 이슬 등 다른 자연현상에 대해서 존경어를 안 쓰는 것을 보면 우리 전통에서 선조들의 빗물에 대한 생각은 무척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한 듯하다. ‘봄비가 많이 오면 아낙네의 손이 커진다’, ‘봄비는 쌀비’라는 속담을 보면 비는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있다. 오랫동안 비가 안오거나 너무 많이 오면 나라나 고을의 최고 책임자가 자기의 죄를 뉘우치면서 기우제나 기청제를 지낸다.

두사부일체라는 코미디 영화가 있었다. 임금, 스승, 부모를 똑같이 공경하여야 한다는 뜻인 군사부일체라는 말에 임금 군자 대신 두목 두자를 쓴 것이다. 그 동네에서는 두목을 임금이나 스승과 부모와 같이 감사하고, 공경하라는 말일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라면 비를 포함한 우사부일체라고 써야 한다. 비가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는 기우제를 지낼 때 임금도 비를 내려달라고 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에서 빗물은 임금님까지도 공경하고, 모든 백성이 고마워하는 소중하고 중요한 대상이었다. 그러나 서구식의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현재의 물관리에서 빗물의 지위는 형편없이 추락했다. 언젠가부터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근거 없는 낭설이 퍼져서 모든 국민이 빗물을 혐오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빗물을 모두 한꺼번에 버리기 때문에 홍수, 그 다음은 가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한 빗물은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더러운 물질로만 생각하고 강에 들어가기 직전에 돈을 들여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시에 떨어지는 빗물은 모두 다 버리고 나서 남의 땅에 댐을 막아 그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일상화되었다. 남들이나 자연이나 후손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항상 갈등의 원인을 가지고 있는 물관리를 해온 것이다.

비합리적인 서구식의 빗물관리를 벗어나 우사부일체 가치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빗물관리가 필요하다. 즉 빗물이 모든 물의 근원이라는 생각으로 공경하고,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잘 모아서, 최대한 인간과 자연에게 혜택을 주고 남은 물만 바다로 천천히 흘러가도록 하는 시설을 만들도록 기술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가칭) 빗물관리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 법에는 정부, 지자체, 개인 모두가 빗물관리의 책임을 가지고 빗물을 잘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전세계에 전파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쓰레기로 여기고 버려왔던 빗물을 최고의 수질의 풍부한 (매년 1300억톤) 자원으로 확보하는 것이니 빗물이 바로 돈이며, 에너지가 된다. 이 생각 하나만 실천되도록 하면 창조경제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신) 우사부일체론을 바탕으로 한 빗물관리는 버리기 위주의 빗물관리를 해온 서구와는 차별화된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상품으로서, 전세계의 기후변화를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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