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잘 모르는 길을 갈 때 정확한 지도가 없으면 헛걸음을 하는 수가 허다하다. 그래서 먼 길을 갈 때는 밥을 든든히 먹고 일찌감치 출발한 뒤 제대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을 하는 법이다. 한 개인의 행로도 그럴진대 하물며 한 나라의 자원정책은 현세의 과제를 풀어나감과 동시에 미래를 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자칫 헛걸음이라도 하는 날이면 속된 말로 피박을 쓰는 것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자원의 속성상 특정 정책의 결과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나며 그때는 이미 정책판단을 했던 사람들은 자리를 떠난 후이다. 잘되면 국가경쟁력이 올라가고 못되면 내려가는 결과만 남을 뿐이다.


요즘 들어 에너지안보라는 깃발 아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원외교도 활발해졌고 여러 나라와 자원 협력을 하는 결실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은 그런 다양한 일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주 개발률이 몇 % 올라갔고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했는가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행여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게 없는 형국은 아닌지 걱정된다.


자원전쟁이 강대국들의 잔치인 점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적 제약을 간과하고 힘 빠지는 소리를 할 생각은 더더욱이 없다. 반대로 어떻게 하면 일이 잘될까 머리를 한번 맞대보자는 생각뿐이다. 정책은 벌리는데 의의가 있는게 아니라 좋은 결과를 얻는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실속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큰 실속을 챙기는 것을 속된 말로 “노났다”라고 한다. 아마도 투전판에서 나온 말인듯 하다. 남들이 몰려간다고 늦게 유사 업종을 차려 봐야 노나기는 애시당초 그른 일이다. 그래서 틈새시장이나 블루오션을 선점하라는 책들이 서점에 홍수같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정책이 투전판 따짜와 같이 무모해서는 절대 안되지만 전략적 식견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미얀마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이 막대한 천연가스전 개발에 성공해서 들떠 있을 때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시하지 않으면 우리 입에 떡이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음을 수 차 강조한 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회사가 포탄 생산 설비 수출과 관련해 언론에 오르내리더니 미국이 미얀마 규탄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회람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올게 오는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다는 느낌이다. 국제정세의 큰 흐름을 볼 때 미얀마는 진작에 북한, 이란과 더불어 미국이 압박 대상국으로 지목한 나라였다. 우리 떡을 입에 넣기 위해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원정책이라는 먼 길을 가는데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해를 예측하는 ‘에너지안보 정세, 분석과 전망’같은 지도를 권하고자 한다. 멀리 보고 예측하는 노력이 쌓여 둘러 가지 않고 노 날 수 있는 잔치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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