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제개편 앞두고 원전 과세론 비등
조영탁 교수 "열량과세 기준 kWh당 13.2원 적정"

▲ 에너지원별 세금 부과액 (부가세·부과금 제외) ⓒ조영탁

[이투뉴스] 환경성·안전성에 기반한 에너지 세제 구축을 위해 ‘발전용 유연탄 과세 및 전기 대체연료(LNG·등유·프로판) 세부담 경감’ 조치 외에 원자력 전력에 별도의 세금을 물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위험 에너지원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해 에너지 세제의 환경·안전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게 이같은 주장의 핵심인데, ‘에너지원간 가격역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보다 적극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맞물려 논의에 한껏 힘이 실리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3차 에너지 세제개편 작업과 관련해 법개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유연탄에 개별소비세(kg) 30원을 부과하고, LNG(kg)․등유(ℓ)․프로판(kg)은 각각 18원, 32원, 6원씩 세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조세당국은 이 수준의 세율 조정으론 이미 틈이 크게 벌어진 전기와 다른 에너지원과의 가격차 해소 및 전기화(電氣化) 차단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다른 발전원에 대한 추가 과세·감세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홍성훈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력 생산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에 의해 유연탄과 원자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소비세가 부과되지 않았다”면서 “발전원에 과세하는 에너지 세제를 활용해 수요를 관리하고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에 의하면 독일과 프랑스는 최종 소비 단계에서 전력에 직접 과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료에 kWh당 각각 49원, 103원의 전기소비세를 얹고 있다. 반면 일본과 영국은 연료와 전기에 모두 세금을 물린다.

현재 일본은 발전용 석탄에 kg당 10원(톤당 920엔)의 석탄세를, 전기에는 kWh당 4원(MWh당 375엔)의 전원개발촉진세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도 발전용 석탄에 kg당 20원(GJ당 44.2펜스)을, 전기요금에 kWh당 9원(0.52펜스)의 기후변화세를 부과한다.

홍 연구위원은 “OECD 회원국이 발전과 전력 소비단계에 부과하는 세금을 연료세로 환산하면 석탄은 GJ당 0.74유로, LNG 1.15유로, 원자력 0.32유로 수준”이라며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최종 소비용도로 기준을 나눠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의 에너지 세제와 달리 우리나라는 복잡하고 편중된 과세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기준 에너지원별 종량세와 부담금 합계는 휘발유 리터당 762원, 경유 545원, LPG(부탄) 383원, 등유 120원, LNG(kg) 29원, 유연탄·우라늄 0원이다.

▲ 발전용 세수 추이 전망

국내 에너지 세수는 지난해 기준 23조 1998억원(국세·지방세 합계)이며, 이 가운데 교통·에너지·환경세로 거둬들인 세액은 13조 5520억원에 달한다. 2011년 기준 전체 세수에서 에너지세수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3%, 6% 수준이다.

문제는 원자력·유연탄 과세하지 않고 석유·가스는 중과세하는 현 세제가 전기화와 전력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기재부는 발전용 유연탄에 개소세를 물리고 다른 에너지는 세부담을 낮추기로 했으나 원자력 과세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원전의 발전단가가 다른 전원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 수급계획을 짜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 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면서 “향후 원전단가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 규제변화로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장 원자력 전력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현행 세제의 문제는 발전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원전과 석탄을 면세하고, 이렇게 낮아진 전기요금조차 반영하지 않는 이중 보조로 전력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세 신설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환경성을 고려해 유연탄 과세를 결정했듯 안전성과 발전용내 과세 형평성을 감안해 원전처럼 고위험 에너지원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면서 "LNG에 준하는 열량과세를 부과하면 원전에 적용될 기본세율은 kWh당 13.2원이 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원전 열량 과세로 약 2조원이 증세되면 그만큼의 수송용 기본세율을 환원하는 감세조치로 세수중립을 이룰 수 있다"며 "이는 원전 발전량 증가에 따른 유연탄·LNG 세수 감소의 보완효과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논의에 대해 원자력 진영은 전기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증세 조치가 될 것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원자력에 과세해 중앙정부 세수 부족을 메우자는 건데, 전력산업에 쓸 용도가 아니니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소비자 피해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지방세로 핵연료에 세금을 부과하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전에 별도 과세한 사례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전기료 인상에 반대하던 기재부에 증세 구실을 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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