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아침에 출근하면서 오늘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가 있다고 하니, 아내가 그럼 헌 옷을 입고 가라고 하더군요. 혹시 누가 달걀이라도 던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지난 11일, 2차 에기본 공청회가 끝난 후 곧이어 열린 에너지전략 포럼에서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말쑥한 정장차림이었다. 아내 말을 거스른 것이다. 실제 달걀은 던져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순탄하지도 않았다. 공청회장 입구부터 경찰이 에워쌌으며, 발표 도중 고함소리도 간간히 흘러나왔다.

보도를 통해 본 공청회 풍경도 엇갈렸다. 일부에선 비교적 순탄하게 끝났다는 평을 내놨고, 아수라장이었다는 기사도 빠지지 않았다. 내용 역시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경제성을 무시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 묻어났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원전 중심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비평도 쏟아졌다.

시간을 거슬러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만들던 5년 전으로 가보자.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먼저 초안을 만들어 공청회를 했고, 이어 정부안이 나온 후 또 한 번의 공청회가 진행됐다. 에경연 초안부터 원전 비중이 높게 책정되자 반대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부안 역시 초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자 그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공청회 때마다 시민·환경단체 관계자가 나서 과도한 원전 비중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결국 2차 공청회에선 경찰이 배치됐으며, 입장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공청회 장에서는 원전확대를 반대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우여곡절 끝에 공청회는 끝났고, 보도 역시 찬반으로 엇갈렸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 보자. 이번엔 프로세스를 약간 비틀었다. 에경연이 아닌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만들어 소위 말하는 권고안을 만들었다. 정부가 가장 내세우는 차이점이다. 최종안 역시 권고안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정부와 에경연이 배후조종을 통해 정해진 방향으로 유도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결국 2013년 현재나, 5년 전인 2008년이나 공청회 진행모습이든 이를 결정해가는 프로세스 등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상황을 데자뷰(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느낌)라 했던가. 어찌됐든 안에 들어 있는 숫자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내용물 역시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20년 후를 내다본 계획이다. 물론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만큼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진 않는다. 하지만 기업들은 당장 1년 뒤 경제 방향을 예측하지 못해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비꼬았다.

전설적인 영국 팝그룹 비틀즈는 ‘Let it be'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내가 힘들때, 어머니는 내게 지혜의 말을 들려줬지, 그냥 내버려 두려무나” 무책임하게 방치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한껏 치솟은 열기에서 한 걸음 물러서 보자는 것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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