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SR코리아 대표

   
 
황상규
sr코리아 대표

[이투뉴스 칼럼 / 황상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공공기관, 단체 등 150여 조직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초기에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으나, 어느 정도 양적 확산을 거친 지금 시점에서는 질적 측면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지속가능보고서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오류는 ‘우리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데 지속가능보고의 목적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을 통하여 우리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한 단계 더 높여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우리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접근을 하고 있어 비전과 전망을 세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번째 과제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 식별과 참여다.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대부분의 조직은  나름대로 이해관계자를 규명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중대성 평가도 하고, 조직의 과제를 선정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면에서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2010년 제정된 조직의 사회적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관한 국제표준(ISO26000)을 보면 조직이 이해관계자를 규명했지만, 그것이 잘못되거나 틀릴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이해관계자 식별과 참여 관련 내용이 형식과 절차는 갖추었으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ISO26000에서는 이해관계자 식별과 참여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이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근본’(fundamental)이라고 할 만큼 강조하고 있다.

세 번째 문제점은 사회책임과 사회공헌을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다. ISO26000 국제표준에도 박애주의와 자선활동 등 사회공헌 활동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지속가능보고서가 기업 홍보 책자로 치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관계자들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네 번째 문제점은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는 문제다.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검증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보고서 검증의 3원칙으로 포괄성, 중대성, 대응성을 꼽고 있는데, 최근의 추세는 여기에 균형성, 이해가능성, 접근가능성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ISO26000에서는 사회적 책임 보고의 특징으로 ▶완전성(complete) ▶이해가능성(understandable) ▶대응성(responsive) ▶정확성(accurate) ▶균형성(balanced) ▶적시성(timely) ▶접근가능성(accessible) 등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를 만들 때 이러한 측면을 미리 진단해 보면 한 단계 발전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증(verification) 과정의 객관성 문제다. 일반적으로 보고서 검증은 이해관계자들의 관점과 요구를 반영하여 사회적 보고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외부의 제3자 기관이나 이해관계자 패널이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보고서 작성을 자문하거나 컨설팅을 진행한 기관(K사, D사, N사 등의 사례)이 검증까지 수행하고 있어 제3자 검증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검증기관들은 특히 ‘공평성’ (Impartiality)과 ‘독립성’ (Independency)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공평성의 원칙에 대해서는 모든 인증기관이 ISO/IEC 17021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인증 심사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한 국제표준이 있는데, 컨설팅이나 자문을 한 기관이 검증까지 버젓이 진행하는 잘못된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

그 동안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지침으로 GRI 가이드라인이 많이 활용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ISO26000의 7대 원칙과 7대 핵심주제, 그리고 사회보고의 7대 특징을 살려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미 GRI 가이드라인과 ISO26000 가이던스를 연계하여 활용하는 지침은 일반에 공개되어 많이 활용되고 있다.

2010년 11월 전 세계 민·관·산·학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93%의 찬성으로 제정된 ISO26000(사회책임) 가이던스에 따르면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정부, 지자체, 대학교, 병원, 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들은 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경쟁, 지역사회참여발전 등 7개 핵심 주제별로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 규범을 만들고 준수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보고서’는 이러한 내용을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보고(reporting)하고 소통(communication)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며, 이를 통하여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이유이자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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