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
[특별인터뷰]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4.01.01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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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문제는 시장과 가격이 해결하는 구조가 바람직
전기요금 20% 더 올려야, LNG가 징검다리 역할 할 것

 “에기본, 세부수치 아닌 미래비전 제시로 수정돼야”

▲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이투뉴스] “에너지기본계획이 지나치게 수치에 입각한 이해관계자의 컨센서스 모으기에 치중했기 때문에 장기비전을 희생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장기 계획을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아웃룩(전망치)은 연구기관에 맡기고, 국가는 미래비전에 대한 고민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 너무 수치에 치중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에너지정책의 백년대계와 미래비전을 담기에는 팩트에 맞춰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중장기 전망치는 연구기관이 상황변화에 맞도록 제시하고, 정부는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수면 아래에 잠자고 있지만 언제든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전력·가스산업 구조개편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의 지론인 ‘시장론’과 ‘경쟁론’을 여전히 이어갔다. 당장 에너지위기를 넘겨야 되니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격이 움직이는 시장, 경쟁이 있는 에너지산업, 민간의 활발한 참여가 추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OECD 중 공기업이 독점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에너지산업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진화해야 한다. 물론 토론도 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분산화, 민간참여 등 경쟁 확대, 시장과 가격이 움직이도록 만들어 주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은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에너지 이슈가 국가적 어젠다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과 함께 왜곡된 에너지가격 정상화, 공급중심이 아닌 수요관리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정책 변화를 위해서는 ▶세금으로 에너지가격을 보전해주는 시장은 곤란 ▶독점 지양과 경쟁체제 도입 ▶정보화 및 통계 집적(마이크로 데이터)과 공개를 통한 정보 공유를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꼽았다.

-과대 수요전망 등 2차 에기본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수요전망은 그동안 매년 예측보다 수요가 더 많았다. 올해 만들 때 썼던 연평균 성장률도 그런 의심을 살 만큼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초데이터보다 낮춰서 전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득이 늘수록 전기화 비율과 에너지 수요 늘 수밖에 없다. 이걸 어떻게 낮출 것이냐가 국가적 과제다.

국기본이라는 것은 에너지계획의 최상위 계획이다. 너무 디테일하게 만들어놓으면 다른 것을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20년도 넘는 기간을 상정한 후 부족한 정보 속에서 정책을 합치시키려다보니 미래비전을 놓치고 있다. 이런 나라 거의 없다. 앞으로 국기본은 얼개를 만들고, 전원계획 등 하위계획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만드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원전 비중은 물론 발전단가를 놓고도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원전 비중은 22∼29% 권고안 속에서 최대한의 컨센서스를 모은 것이다. 비중이 높다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온실가스 문제는 다른 선택이 과연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다른 문제들은 다 덮어두고 원전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미래는 불투명한 것이고, 지금 최선을 다했다는 측면에서 낙제점은 면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입지, 송전선 등의 문제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만들 때 조정해 봐야 한다. 디테일한 조건까지 다 정하기는 어렵다.

원전단가 역시 구체적인 숫자를 얘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전제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가동률과 원전단가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패턴을 보면 가동률을 늘리면 유닛코스트는 줄어든다. 우리도 갈수록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 요구가 크고, 지금보다 안전을 더 강화하게 되면 가동률은 떨어질 것이고 비용도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세부계획이 없는 LNG와 석탄의 역할은 무엇인가?
모든 에너지원은 장단점이 있다. LNG는 분산형이며,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세일가스 등장으로 국제가격도 안정적인 흐름이다. 반면 땅값이 높은 수도권에 부지가 필요한 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원자력과 신재생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석탄과 LNG가 나머지를 채울 것이다. 이 중 가격이냐 온실가스냐를 놓고 많은 경쟁을 할 것으로 본다. 다만 현재로서는 LNG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도 LNG가 과도기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보고 있는 것 같다.

-공급이 아닌 수요측면으로의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하나.
왜 우리는 공급 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나. 에너지정책을 하는 기초데이터는 거시 데이터다. 하지만 누가, 어디서, 어떤 시간대에 어떻게 에너지를 쓰는지 등의 마이크로(세부적이고 자세한) 데이터는 아무도 모른다. 수요관리를 위해선 이런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들이 체계화가 안됐고, 일반화하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앞으로는 이러한 자료를 모으고,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에너지 분야 정보화는 아주 중요하다. 이제 에너지 공급능력도 한계에 와 있으며, 환경친화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전부터 강조해 온 수요관리와 절약, 효율개선, 신재생에너지가 안된 것은 의지는 왕성했는데, 뭘 어떻게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 하는지 몰랐다. 정보화에 너무 늦었거나 투자하지 않았다. 제 임기 중에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통계를 확충하고 이를 정보화할 수 있도록 애쓸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와의 충돌론도 나온다.
원자력도 최근에 정해졌고, 석탄이나 나머지 공급비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MB정부가 2009년에 3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4년 동안 너무나 많은 상황변화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신발이 중학교 때 안 맞는 것은 당연하다. 철강이나 시멘트 등 다른 여타산업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오로지 에너지만 감축계획을 만들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필요가 있다.

가격정상화와 수요관리를 통해 수요를 줄이고, 원자력과 신재생을 늘린다던가 해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정책을 매치시켜야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7차 계획에서 만들어야 한다. 다만 계획에서 모든 것을 다 맞춰놓고 갈 수가 없다. 현실과 괴리가 생겼을 때 어떻게 신축적으로 대응하느냐, 합목적적으로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전력·가스산업의 구조개편 등 민영화에 대한 의견은
흔히 민영화를 하면 요금이 올라가고, 공공성이 떨어지고, 재벌만의 잔치가 된다고 말한다. 민영화하면 요금이 오르고, 하지 않으면 요금이 안 오른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냐. 가격으로 낼 것을 세금으로 낼 뿐이지 그 자체가 코스트를 더 유발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추진 가능하며, 현재 상황에서는 당장 추진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OECD 중 공기업이 독점하고 국가가 에너지를 계획하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진화해야 한다. 분산화와 민간 참여를 통한 경쟁 확대, 시장과 가격이 움직이도록 만들지 않으면 더 이상 현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 장기적 방향으로 모든 문제는 시장과 가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올바른 에너지가격 개편안은 무엇인가
연구원은 정부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미 가격개편안을 내놓았다. 지금과 같이 석유·가스로 써야 할 것을 전기로 쓰는 비정상적인 소비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올려야 한다. 세제와 가격을 불문하고 20∼25% 올려야 한다. 5% 가량의 인상이 있었으니 이제 최대 20% 가량 남았으며, 최종 판단은 결국 정부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 동안 에너지가격이 각종 기술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ESS, 스마트그리드, 자가발전 등 모두 막혀 있었다. 현장에 가보면 어마어마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정치적 부담이 있다고 피하는 사람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가격이 정상화돼야만 기술이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이런 이유로 에기본에도 가격에 대한 시그널을 담기 위해 애썼다. 정부가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서포트하겠다.

-에너지 독립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에너지가 산업의 한 부문을 떠나서 외교, 국방, 과학기술, 미래전략 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에너지를 국가적 어젠다로 상정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상황이 변했으면 정부구조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라는 것이 쉽게 바꿀 수 없다. 현 정부가 출범할 때 그와 관련된 국민 인식이 정치지도자를 움직일 정도가 못됐기 때문에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정부가 언젠가는 할 것이다. 몇 명이 나서서 그런 주장은 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 역할이 무뎌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라에서 저탄소 사회를 만들기 위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이를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녹색성장이라는 가치는 좋은 컨셉이라고 본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20년 걸려서 해야 할 일을 서두르다 보니 문제점이 생겼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고 본다. 녹색성장을 버려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산하에 있다가 총리실로 내려왔다.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에너지위원회에서 포괄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를 다시 환경 및 온실가스 감축문제 등에서 문제가 없는지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보는 구조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각 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선 직접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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