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전·포스코·현대차도 소멸 예고"
"기후·에너지, 지구촌 최대 산업으로 부상"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이투뉴스] 불확실성의 시대다. 저성장의 늪에 발을 빠뜨린 경제부터 태풍의 눈 속에서 ‘불안한 평화’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 정세까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예측불허의 영역에 놓여있다. 그래서 기업, 국가는 늘 불안하다. 가깝게는 5~10년 뒤를, 멀게는 20~30년 뒤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어떻게 미래가 변화해 나갈지 알아야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도 세울 수 있다. 일찍이 진화론자 찰스 다윈은 “살아남은 종(種)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닌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종일 뿐”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中)

“2017년부터 중동의 석유고갈이 시작돼 2020년이면 유가가 200달러 수준으로 오를 겁니다. 2022년 독일의 완전 탈(脫)원전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핵발전소(원전)가 완전 소멸되구요. 에너지문제는 핵융합기술과 우주 태양광이 해결해 줄 겁니다.” 약속시간을 넘겨 황급히 사무실에 도착한 박영숙(57)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사진>는 예닐곱개의 메모리카드가 주렁주렁 매달린 열쇠꾸러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수십년 뒤 미래를 얘기하는데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조다. 메모리카드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수십기가바이트 분량의 해외자료가 담겨있다고 했다.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는 서울 정릉(貞陵) 인근 가파른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포럼은 UN과 산하 연구기관의 협력 아래 세계갈등 및 문제 해결방안을 연구하는 미래연구의 싱크탱크다. 전 세계 전문가 3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인 <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도 이 포럼이 펴낸다. 포럼의 한국지부 사무실은 한국수양부모협회 사무실을 겸하고 있다. 협회는 15년 전 그가 주한영국대사관 근무시절 설립했다. 대사관 앞에 버려진 아이나 기지촌 아이들을 하나 둘씩 맡아 기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도 1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직접 거둔 수양부모다. 35년을 동고동락한 남편은 미래학자인 벽안(碧眼)의 미국인 교수다.

“인구는 곧 국력입니다. 2040년이면 인도경제가 중국을 추월할 겁니다. 우리나라는 이대로 가면 저출산에 의한 인구감소로 2300년이면 소멸합니다. 1982년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더니 남편이 ‘너희 나라는 소멸할 국가가 8만명이나 해외로 씨앗과 종자를 팔아먹고(입양 보내고) 있다’고 비난하더군요. 우리 아이들을 우리 땅, 우리집에서 키우자는 게 수양부모 운동입니다. 미래학과도 무관하지 않고요.” (그는 유학생 시절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보면서 수양부모 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미래학 관점에서 바라본 인류의 미래상은 어떤 모습일까. 일단 이들의 미래예측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를 넘나든다. 에이즈백신 개발과 인간 수명연장, 식량·에너지 문제 해결 등이 전자의 것이라면, 지구 평균기온과 해수면 상승, 많은 국가의 수몰과 기후난민 발생은 후자의 몫이다. 현재 유엔미래포럼은 50여년 뒤까지 매년 어떤 사건이 전개될 지 미래 타임라인(Timeline)을 만들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수백명의 미래학자들이 수시로 이 예측을 업데이트해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 기술예측은 거의 일치하고, 큰 미래도 70% 정도는 정확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창조경제의 시작은 미래예측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침체가 지속될 겁니다. 이 기간 해수면이 상승해 파푸아뉴기니 카틀렛섬이 완전 수몰되고, 2019년부터 유가는 배럴당 200불 수준이 됩니다. 이듬해까지 석유고갈로 인한 유가쇼크는 지속됩니다. 물부족이 가속화돼 2020년대에는 여러나라를 지나는 강 유역에서 물전쟁이 일어납니다. 상류지역에 댐을 만든 국가를 하류지역 국가가 공격하게 될 겁니다. 2024년에는 최대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2030년부터 기후변화가 심화돼 미국은 열대지방이 됩니다. 2050년이면 지구 평균온도는 3도나 상승합니다. 이후 10년간 많은 국가가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고 적도부근 국가는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됩니다.”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학은 ‘우리가 선호하는 미래를 선택해 예산과 정책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미래’라고 정의하고 있다. 암울한 미래도 지혜를 모아 얼마든지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래예측은 철저히 현재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허무맹랑한 예측으로 치부되던 수십년전 예측이 대부분 현실화 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박 대표는 “과거는 현재를 낳고, 현재는 미래를 낳는다”면서 “미래예측의 궁극적 목적은 예산과 정책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무인차 보급이 확대돼 자동차보험회사가 사라집니다. 2017년에는 에이즈백신이, 이듬해에는 독감 완벽백신이 등장해 감기가 소멸합니다. 2025년에는 인간이 달에 거주를 시작하고, 인간장기가 3D프린터로 복제됩니다. 2026년부터는 의식주와 에너지가 사실상 무료화 됩니다. 수산물의 절반이 양식으로 공급되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양육으로 육류를 조달하게 됩니다. 2028년에는 생체모사 기술이 개발돼 잘린 손발을 재생하게 되고, 2040년에는 핵융합발전과 우주태양광, 슈퍼컨덕터 상용화로 석유없이 에너지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격변의 시대에 우리 경제와 에너지 산업은 어떤 흥망성쇠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 궁금해졌다. 지구촌 100대기업 중 100년 이상 살아남은 기업은 GE가 유일할 정도로 기업환경은 예측불허다. 박 대표는 “삼성과 한전,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이 모두 소멸 후보군”이라며 “모든 기업은 결국 망하고 새로운 기업이 부상하는데, 얼마나 미래를 직시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현존 기업의 존속 여부를 떠나 “기후·에너지 산업은 향후 지구촌의 최대 먹을거리가 된다”는 예측이다.

“2030년이 되면 한전의 역할이 사라질 겁니다. 각 가정이 직접 전기를 생산·저장하고 남은 전기를 내다파는 시스템이 구축돼 굳이 한전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미 유럽에선 스마트그리드 전력매칭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삼성이 보유한 기술도 80~90%는 사양산업입니다. TV는 홀로그램으로 바뀌고 전자와 가전은 거의 무료가 됩니다. 2028년이면 반도체는 단백질계 바이오컴퓨터로 바뀔 겁니다. 그나마 담수화에

요긴한 그래핀 기술은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포스코도 사라집니다. 철강보다 강한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카르빈 등이 제철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겁니다. 현대차는 자동차산업과 함께 소멸됩니다. 무인차가 등장하고 하이퍼루프와 같은 대체 교통수단이 등장해 운송·물류 산업의 천지개벽이 일어납니다. 어쨌든 모든 시스템이 에너지를 필요로하니 여전히 기후·에너지산업은 지구촌 돈의 80%를 쥐락펴락 할 겁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방황하는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무얼 해야하는지 물었다. "유독 우리나라 아이들의 불안이 큰데, 이는 미래를 안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2030년이 되면 어차피 대학이 사라집니다. 언제 어디서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무학교, 무학년제가 보편화 됩니다. 지구촌 최대 산업은 기후·에너지산업, 식음료 건강식품산업, 교육산업, 의료보건 복지, 융합기술 등의 순입니다. 무엇이 부상산업인지 알고 아이들 전공이나 직업을 조언해야 하고, 이런 분야로 미래 일자리를 집중시켜야 합니다. 창조란 것은 모방이고, 모방이란 건 미래예측으로 가능합니다. 창조경제의 시작은 미래예측 교육이어야 합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