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냉방은 에너지절감 기술의 바로미터

건물용…20% 운영비 절감한 '2단 흡수식냉동기' 기술개발 완료
공동주택…자동환기와 오염물질 제거 가능한 제습냉방기 보급

▲ 이창준 지역난방공사 기술연구소 팀장
[이투뉴스] 오늘날 전력부족 문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전원 및 수요관리 계획 등의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자성론과 낮은 에너지가격 구조에서 대형발전소 위주의 정책을 더 이상 끌고 갈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한 결과라는 현실론 등 이유와 의견들도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인구와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는 생산된 전기와 열을 수요지 인근에 공급하므로 계통편익 이외에도 에너지절약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많은 편익을 준다. 매년 증가되는 하절기 전기 냉방부하를 전기생산 및 산업폐열에서 버려지는 열을 이용해 냉방에너지로 사용한다면 화석연료 수입과 소비를 줄이고 하절기 최대부하와 평균부하의 편차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피크전력용 발전소 건설과 CO2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냉방의 현주소
지역냉방은 열병합발전소 및 쓰레기 소각장에서 생산된 열을 이용하여 냉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국내 지역냉방은 싼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사용자 경제성이 높은 전기냉방, 시스템에어컨 등과의 요금경쟁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을 해왔다.

그 결과 2012년 기준 지역냉방은 697개소 업무 및 상업용 건물에 공급중이며 냉방용량은 46만1000usRT이다. 이는 하절기 냉방수요의 약 1%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성장속도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2.7%에 달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는 하절기 전기생산을 위하여 운전되지만 이때 생산된 열의 일부분만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지역냉방을 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지역의 건물수가 적고 대부분 공동주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공동주택 지역냉방 기술개발을 통하여 폐열활용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절감 및 신재생에너지의 사용량을 증가시켜 열병합발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역냉방 보급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지역냉방 추가개발 잠재량
 
◆지역냉방 기술개발 현황
지역냉방은 1993년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지만, 그 동안 크게 확대보급 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공급기술 측면에서 기존 1단 흡수식 냉동기는 에너지 이용효율이 낮아 지역냉방 보급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1997년부터 한국설비기술협회와 공동으로 개발한 2단 흡수식 냉동기는 1999년 지역냉방 확대보급 및 기술진보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고, 이를 기초로  2006년도에 만족할 만한 성능과 상용화 가능한 11개 모델을 내놓게 되었다. 이로써 지역냉방의 확대보급을 가로막는 기술적인 장애요인이 극복되고 기술적인 기반을 확립하게 되었다.

2단 흡수식 냉동기의 열공급 능력도 기존제품보다 2.3배 높여 하절기 지역난방열의 회수온도가 낮아져 여름철 전기생산량도 3~5% 증가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사용자도 기존제품보다 약 20%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지역난방공사와 월드에너지가 공동으로 고효율 2단 흡수식 냉동기를 2012년부터 개발, 효율을 10% 향상시킨 제품을 올해 보급목표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사용자 경제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냉각탑 설치문제 등 공동주택 설치에 공간적 제한이 있는 2단 흡수식냉동기의 대안으로서 현재 제품화를 위해 개발 중인 제습냉방기는 사용자 여건과 개별 취향이 강한 냉방의 특성을 감안한 최적의 지역냉방시스템으로 여겨진다. 제습냉방기는 1999년부터 KIST에서 핵심 부품인 제습로터와 증발냉각기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되었고 제품화를 위해 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하여 2007년도에는 4kW급 시작품개발을 완료했다. 2008년부터 귀뚜라미 홈시스와 상용화를 위한 공동개발을 착수하여 2010년 6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국책과제 수행을 통하여 7kW급 상용시제품을 개발하였다.

▲ 제습냉방 공급시스템 계통도
 
◆제습냉방시스템의 특징 및 전망 
제습냉방시스템은 제습부와 재생부로 구분되며, 제습부는 제습로터를 통과하여 혼합공기의 습도를 낮추는 제습과정과 물의 증발열을 이용한 간접증발냉각과정 및 소형 히트펌프에 의한 증발과정으로 냉방이 이뤄진다. 아울러 지역난방열을 이용하여 제습로터로 흡착 및 흡수된 수분을 제거하는 재생부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지역난방지역에서 난방을 위해 설치된 기존 난방배관을 그대로 이용해 냉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습냉방은 열병합발전에서 생산된 열을 기존의 지역난방 배관망을 통하여 이용하므로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세대별로 설치되므로 개별취향이 강한 냉방특성에 적합하다.

또한 냉방시 공급풍량의 약 30% 외기를 도입해 실내에 냉기를 공급하므로 냉방과 동시에 자동환기가 되어 실내 공기질 개선에 효과적이며 제습로터의 항균 및 탈취 기능과 더불어 냉방시 실내의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특히 발암물질로 알려진 휘발성유기화합물인 VOC와 포름알데히드 등은 70~90%까지 제거되고, 부유성세균 및 담배연기와 미세먼지와 같은 입자상물질은 제습로터를 통과하면서 오염 농도를 낮추는 효과까지 있다. 냉방시 건강한 실내환경을 만들어 주고 제습능력이 탁월하여 하절기 습한 날씨에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한다.

▲ 덕트형 제습냉방기
그러나 세계 최초 개발되는 기술인만큼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첫 번째는 소비자들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제품의 신뢰성 검증이다. 제습냉방은 습도를 낮추어 냉방하므로 전기에어컨과 같이 찬 냉기를 만들어 냉방하는 방식과 냉방방식이 구분된다. 습도를 많이 낮춘 상태에서 너무 낮은 온도의 냉기를 공급하면 전기에어컨보다 더 추워져 불쾌해질 수 있다.

제습냉방은 신체의 충격과 변화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냉방온도 범위에서 냉기를 공급하므로 어린이, 노약자 등의 민감군에게도 좋은 냉방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건강측면 보다는 강한냉각 효과를 더 추구하는 등 냉방의 개별적인 취향은 매우 독특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양산제품에서는 보다 다양한 소비자가 충족할 수 있도록 쾌속냉방기능을 강화하여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제품가격이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단계이므로 제품가격은 전기식 시스템에어컨과 비교하여 20~30% 비싸다. 비록 운영비가 싸서 내용연수 기간 동안 운영비를 합치면 종합경제성은 유사하지만 초기투자비를 낮추는 것은 해결해야할 큰 관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원가 절감을 위한 공정개발 및 기술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기술진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소비자 눈높이 그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 보급할 필요가 있다.

지역냉방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우리공사, 제작사, 핵심부품사 및 다양한 연구기관과 함께 제품 인지도 및 신뢰성을 높이고 가격경쟁도 가능하도록 또 다른 차원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제습냉방 보급을 위해 2006년부터 시행된 에어컨실외기 발코니 설치의무화 및 환기장치 도입 의무화로 인하여 공동주택 설치여건은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고 판단되지만 초기투자비가 높은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 큰 장애요인이다. 따라서 초기사업 단계에서는 국가적 지원은 보급 활성화의 필수요건이라 판단된다.

또한 제습냉방은 설계단계부터 고려되어 냉난방 통합시공이 필요하므로 분양가에 설치비가 포함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과 제습냉방의 국가적 편익 일부를 사용자에게 지원된다면 제습냉방의 건강효과와 다양한 기능으로 인하여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자 욕구에 부합한다. 지역난방이 도입되는 재건축, 재개발지역 및 집단에너지사업지역에 순차적으로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창준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술연구소 지역냉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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