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준 가정소비량 우리나라의 1/10도 못미쳐
에경연, 북한 에너지 소비행태 조사·분석 결과보고서

[이투뉴스] 새터민 설문조사를 통해 북한 에너지 사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가정·상업부문 모두 정상적인 생활이 매우 어려울 정도로 에너지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북한의 가정에너지 조달은 시장구입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배급은 매우 낮아 연료배급시스템은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추정됐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 조사·분석한 ‘북한 에너지 소비행태 연구(가정/상업 /공공기타 부문)’에 따르면 2011년 북한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은 171만1000TOE로 1985년 소비수준(409만9000TOE)의 3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남한에 정착한 북한 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북한 민생부문 에너지 소비실태를 조사 및 분석했다. 북한을 평양과 황해도·평안도·자강도를 포함하는 관서지방, 강원도·함경도·양강도를 관북지방으로 구분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5∼7월 북한개혁연구원을 통해 면접방식으로 이뤄졌으며, 2011년 이후 탈북한 새터민을 대상으로 모두 350개 표본에 대해 시행했다. 유효응답 샘플은 257개로 주택형태별로는 단독이 154개, 아파트와 연립이 103개로 단독이 더 많았다. 응답자의 성별 비율은 여자가 192명으로 74.7%를 차지했다.


◆가정부문 전기와 난방연료 부족 심각
먼저 가정부문 연료배급시스템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로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자체조달로 해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에너지 조달방식에 관한 조사에서 특수한 경우인 평양을 제외하고는 관서와 관북지방 모두 시장구입 방식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배급에 의한 연료조달은 평양마저도 14%에 머무르는 등 사실상 배급시스템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연료는 스스로 자급한다는 응답비율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체조달의 주요 연료는 땔감용 나무, 목재, 잡관류 등의 나무와 신탄류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무연탄, 갈탄, 진탄 등의 석탄이 많았으며, 훔쳐서 조달한다는 응답도 포함됐다.

북한 가정부문의 가구당 전체 에너지소비원단위는 0.291 TOE로 추정됐다. 에너지원별로는 석탄류(구멍탄+석탄)를 필두로 한 전통 에너지 비중이 65%에 달하고(구멍탄 37%, 석탄 4%, 나무류 등 24%), (프로판)가스, 석유, 중앙난방, 전력 등의 고급 에너지 원단위 비중은 3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 가정부문 에너지소비 원단위를 모집단에 적용해 북한의 지역별, 용도별 가정부문 에너지 소비량을 추정한 결과 모두 171만800TOE로 집계됐다. 용도별로는 난방용이 전체의 51.0%로 절반이 넘었으며, 취사용이 36.1%를 구성하고 있는 등 열에너지 용도가 전체의 87.1%를 차지했다. 12.9%에 해당하는 전기의 경우 72.5%가 가전용으로 나머지 27.5%가 조명용으로 소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가정부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에너지는 석탄이며 특히 구멍탄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구멍탄이 63만TOE(36.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또 석탄도 7만TOE(4.2%) 소비돼 석탄류가 가정에너지의 41.0%를 구성했다. 이어 나무류와 기타 신탄류가 40만4200TOE로 23.6%를, 석유류(프로판가스, 중유, 등유 등) 비중은 22.5%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결과 가정부문의 석유 소비비중이 의외로 높게 나타나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크게 증가하고 있는 취사용 LPG 확산이 눈길을 끌었다. 취사용 LPG는 평양시 고위급을 중심으로 여전히 당국에 의해 공급되고 있으며, 나진선봉 등 북중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용기 LPG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여 소비하는 규모도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석유제품은 이른 바 ‘연유장사’들에 의해 공공 및 군수부문으로부터 음성적으로 흘러나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그 양도 점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종합적으로 2011년을 기준으로 북한 가정용 에너지 부족량은 350만5000TOE 정도로 평가됐다. 1985년 수준과 비교해보면 북한의 에너지난이 얼마나 심각한 지 금방 알 수 있다. 실제 북한 가정부문이 1985년과 같은 에너지 소비규모를 유지하려면 521만6000TOE가 되어야 하나 2011년에는 171만1000TOE에 불과했다. 즉 1985년과 비교할 때 북한 주민들은 에너지 소요량의 32.8% 정도만 소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2011년 북한 가정부문은 같은 해 우리나라 가정 소비량의 7.9% 정도에 불과했다. 석탄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원의 소비 수준이 남한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에너지원별 비중을 비교해 보면 남한은 도시가스 비중이 46.8%로 가장 높고, 이어 전력(24.5%), 석유(17.3%) 순인 반면 북한의 경우는 석탄 비중이 41.0%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기타(나무 및 신탄류) 에너지원이 23.6%, 석유 22.5% 순으로 나타났다.


남북한 소득대비 가정부문 에너지소비량을 비교해보면 남한이 0.017TOE/백만원인 반면 북한은 0.053TOE/백만원으로 남한의 3배 수준을 보였다. 소득대비 에너지 부담에서도 북한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인당 가정부문 에너지소비량 역시 0.070TOE으로 남한의 0.434TOE의 6분의 1 수준에도 미달했다.

◆상업 및 공공부문은 우리나라 1981년과 비슷
북한의 상업 및 공공, 기타 부문에 대해서도 에너지소비량을 추정했다. 주로 자신이 거주하던 지역의 상점종류(업종)별 운영형태에 초점을 맞춰 설문을 구성했으며, 상점부문의 에너지소비원단위를 파악한 결과 상업부문 에너지소비량은 2만2600TOE로 예상됐다. 에너지원별로는 석탄이 8300TOE로 37%를 점하고 있고, 전기소비량이 7500TOE로 33%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먼저 백화점의 경우 에너지소비원단위 추정결과는 338.4TOE로 나타났으며, 음식점 업종은 0.55TOE로, 편의봉사점은 0.69TOE, 목욕탕 업종은 1.0TOE, 초대소 업종은 0.77TOE로 나타났다.


상점 이외의 공공기타부문은 새터민 설문으로는 구체적인 소비행태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해 북한경제 생산규모와 일인당 소득규모를 남한의 과거 경제규모와 비교, 유사한 시기의 남한 공공기타부문 자료를 적용하여 에너지소비량을 추정했다. 즉 소득 및 경제규모에 따른 에너지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1981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됐다.

구체적으로 공공기타부문 에너지소비량은 45만7200TOE로 상업부문의 약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원별로는 전기가 2만1300TOE로 공공기타부문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48.4%를 차지하고 있으며, 석탄소비량은 16만6100TOE로 전체 소비량의 36%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있는 에너지지원 위한 사전설계 필요
인도적인 대북 에너지 지원방안에 대해선 군사적 전용 우려가 있는 에너지원의 지원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고려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석유, 전력과 같은 전략물자들의 경우 초기단계에서는 곤란하며, 남북관계가 고도로 발전된 사실상의 경제통합 단계에서나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평양시나 대도시 지역, 석탄 산지 등은 상대적으로 에너지 사정이 좋은 지역이므로 지역적인 고려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세부적으로 대북 에너지 지원의 초기단계에서는 에너지 제품 지원이 바람직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곤로, 화덕, 보일러 등의 에너지 이용설비나 수력, 화력, 신재생 등과 같은 설비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정책을 추천했다.

민생용 에너지 지원 품목 역시 사전에 검토되고 분석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지원방안의 경우 조명용으로는 양초, 태양광 랜턴 등을, 취사용으로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부탄가스, 그리고 제한적으로 LPG용기 지원도 검토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보다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지원방안을 설계해 일회성, 소모성 지원방식이 아닌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원방식의 개발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원 방식도 민간기업의 수익사업과 연계, 지속되고 확산될 수 있는 모델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적 에너지 지원방안 및 남북 에너지협력사업 관련해서는 북한의 석탄광 개발과 연탄공장 건설을 유망한 사업으로 제안했다. 전국 주요지역마다 거점 석탄광을 선정, 현대화하고 지역마다 연탄공장을 건설할 경우 지역개발, 산업개발, 전력공급능력 확충 등 북한 경제회복 지원사업의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술 선임 연구위원은 “실효성 있는 대북 에너지 지원방안의 설계를 위해 북한의 지역별, 에너지원별, 용도별 이용실태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분석과 체계적 업데이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터민은 북한 정보의 보고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사·수집하는 산·학·연 정보관리체계 구축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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