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은 세계 TOP-5, 보급목표는 후진국에도 뒤처져
미국·독일·일본과 비교불가…중국·인도에도 밀린다

이미 주요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가 나고 있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량과 비중이 2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으로 앞으로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투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 비중을 2020년까지 현재의 세 배 수준인 20%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미국은 전력 수요의 7.5% 가량을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이를 2015년까지 10%, 2020년까지 20%로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여곡절 끝에 오는 2035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차에너지 기준 11%(발전비중 15%)로 정했다. 미국의 2020년에 비해 목표연도는 무려 15년 뒤인데도 불구하고 전력 생산비중은 5%포인트가 오히려 뒤지는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잠재량을 토대로 실질적인 경제성과 환경성, 보급 현실 등을 감안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신재생업계와 많은 전문가들은 원자력과 석탄을 통한 공급중심 정책에서 한 발짝도 못 뗐다며 비난을 쏟아내는 이유다.

실제 국회 신재생에너지정책연구포럼 대표의원이기도 한 강창일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세계 각국은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사회 구축과 기후변화협약의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후퇴하는 경향을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경섭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역시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은 크게 설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재생 역할은 낮게 평가해 아쉽다. 신재생 보급과 산업 육성에 이번 정부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 우리 정부가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글로벌 top-5 수준으로 키운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보급목표와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해 내놓은 ‘World Energy Outlook 2013’에서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2035년까지 8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통적인 바이오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수력, 풍력, 태양에너지, 지열, 해양 등 현대적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2035년까지 2.5배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 국가들은 세계 신재생에너지 증가의 40%를 차지하는 등 미국과 유럽이 수요증가를 주도하고, 중국 역시 16%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재생에너지가 전 세계 전력 생산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담당하면서 전원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5분의 1에서 2035년에는 3분의 1에 근접, 석탄과 최대 전력원 자리를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역시 유럽(EU)이 가장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로 늘리자는 강령을 채택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또 실제 많은 나라가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독일은 메르켈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의 폐쇄를 결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까지 올리는 ‘에너지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후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나서면서 목표를 향해 곧장 앞으로 나가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타 유럽 국가 역시 2020년 발전량 20%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풍력과 태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보급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덴마크 등 일부 국가의 경우 2030년 이후에는 100% 재생에너지 사회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1500억달러를 투자해 2025년까지 전체 전력생산의 2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그 중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주정부 역시 15∼30%의 보급목표를 설정, 연방정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확대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한때 원자력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정책이 떠오르기도 했을 정도다. 현재 2020년 20%, 2030년 30% 가량을 신재생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태양광발전에 FIT를 적용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또한 향후 10년간 544억달러를 투자해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2010년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이후 태양광과 풍력의 세계 최대시장으로 떠올랐다.

인도 역시 최근 태양광 및 태양열 등 태양에너지와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 보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풍력의 경우 이미 세계 3위권 수요국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전체적으로 2030년 20% 이상을 신재생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다.

심지어 전 세계에 석유를 내다파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화석에너지에 치중된 공급구조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2032년 기준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3∼30%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목표를 2032년까지 54GW(태양에너지 41GW, 풍력 9GW, 폐기물 3GW, 지열 1GW)로 정했다.

◆신재생 비중, OECD 국가의 20% 수준 불과
OECD 국가의 경우 이미 2012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를 넘어섰다. 석탄(32.1%)과 천연가스(25.9%)에 이어 제3의 전력원으로 등장한 셈이다. 원별로는 수력이 12.9%로 가장 많았고, 바이오 및 폐기물이 2.4%를 차지했다. 나머지 중에서는 풍력이 48.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고체바이오(21.9%)와 태양광(8.2%)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에야 1차에너지 중 차지하는 공급비중이 3.2%로 증가했다. 원별로는 폐기물이 600만TOE로 67.8%를 차지하는 등 단연 앞섰고, 바이오는 15.1%, 수력은 9.2%를 기록했다. 반면 태양광 비중은 2.7%, 풍력 2.2%, 연료전지 0.9% 등 미미한 수치다.

하지만 IEA 등에서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폐기물을 제외하면 그 비중은 1%대로 급락한다. 발전 비중 역시 신재생 발전량이 한 해 12.4% 증가했는데도 불구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폐기물 발전량을 제외하면 1.7% 수준으로 낮아진다.

현재도 보급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미래 보급목표에서도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현재의 계획대로 갈 경우 2035년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발전설비 용량은 39GW 수준으로 주요 신재생 강국의 3분의 1 수준에도 턱없이 못 미칠 전망이다. 실제 태양광만 보더라도 2035년 기준 우리나라는 17GW에 불과한 반면 미국 68GW, 중국 113GW, 일본 54GW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국토는 넓지만 우리보다 광질(光質)이 떨어지는 독일도 최소 60GW를 목표로 잡았다.

이는 국가별 경제규모와 국토 및 인구, 신재생 보급가능물량, 산업구조 등에 따라 단순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경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본격 나선 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아직까지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단기 경제성원칙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간 정부는 수차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산업화를 통해 2020년 기준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을 세계 Top-5로 끌어올리는 등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정책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작성이 마무리단계인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도 비전을 비슷하게 맞춰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확보기술과 보급수준에서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는 턱없이 미달하며, 중국과 인도 등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에서도 점차 밀리는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재생 전문기업 역시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OCI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평가다.

◆비전 달성 가능한 투자전략과 지원 뒤따라야
지금까지 신재생 비중이 낮은 것은 그만큼 늦게 출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결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보급목표는 우리나라 위상은 물론 신재생 관련 기업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글로벌 성장전략을 세우더라도 내수기반이 없으면 불투명하고, 트랙-레코드(설치실적) 등에서도 여러모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0년 후의 보급목표에만 매달려 신세한탄만 해서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 목표가 영원하리란 법은 없다. 여기에 폐기물과 바이오 등 전통적인 신재생은 대폭 감소하는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새로운 신재생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최소한의 기반은 갖췄다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제대로 된 기술개발 및 보급, 산업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장 먼저 ‘신재생에너지는 비싼 에너지며, 결국 주력 에너지로는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 발전원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보수적인 IEA 조차 2035년이 되면 최대 발전원으로 부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실제 신재생에너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세력은 전통 에너지를 수행하는 기업과 관련 전문가 및 이들에 의존하는 관료들”이라면서 “현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신재생 정책지원이 흉내만 내는 수준으로 격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기준과 달라 실질적인 신재생 통계를 왜곡한다는 평가를 받는 폐기물을 신재생에너지에서 과감하게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완전 버리는 것이 아닌 별도의 통계를 통해 이원화된 관리를 하면서 키워나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일부에선 연료전지와 IGCC 등 화석에너지에 기반을 둔 신에너지에 대한 유지 여부도 재검토할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재생 보급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최종소비자의 요금에 이를 명확하게 반영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업들에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용성 제고와 신재생에너지 홍보를 위한 신재생에너지재단 등의 기구 설립도 미뤄선 안된다.

이밖에 산업화가 가능한 기술개발과 함께 국내 시장을 키워야 만 해외시장 개척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각의 정책이 아닌 유기적인 연계가 필수적이다. 또 세제 및 재정지원과 함께 수출금융 활성화, 충분한 인력양성프로그램 등도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은 반도체산업과, 풍력의 경우 조선산업과 연관이 크다. 모두 우리나라가 세계를 주름잡는 분야다. 그만큼 성장성이 크고, 잠재력 또한 충분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자세로는 세계 속의 강국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세계 Top-5에 들려면 그에 걸맞는 역할을 부여하고 투자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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