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저소득층 환경권 실태조사

도심 35만가구 지하거주…호흡기질환 곰팡이 심해
비인권 생활 환경 최저주거기준법 구체화돼야

김성연 환경정의연구소

 

우리사회에서 이미 환경이란 말은 단순히 자연환경뿐만이 아닌 사회, 문화, 경제등의 다양한 분야들을 포함하여 사용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환경문제들을 살펴보면 소득, 계층, 성, 나이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들은 환경문제와 결합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지위에 따른 환경비용과 피해의 불공정한 배분을 야기하는 ‘환경부정의(불평등)’의 다양한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실업률의 증가, 사회보장제 취약한 관계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해졌고 이로 인한 환경권이 확보되지 못한 사회적 약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에 올해 환경정의연구소(이하 연구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협력사업을 통해서 도심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을 둘러싼 여러 환경요인들이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환경영향들을 살펴보고 그 안의 저소득층에 주어지는 환경부정의 사례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조사 결과를 지난 15일 오후 2시 민주화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또 하나의 분단, 환경 불평등-도심 저소득층 환경권 실태조사’란 주제로 최종발표회를 진행했다.

 

<서울시 10.7%, 지하·반지하 거주>
연구소에서는 지난 9월 20일부터 10월 5일 까지 노원구 상계동 일대, 동대문구 전농동, 성동구 성수동, 중구 신당동, 영등포구 양평동, 대림동 등 6개 지역 199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가구 199가구 중 지하층에 사는 가구가 55.3%에 이르렀다. 기존의 통계청의 ‘2005년 거주층별 가구 현황’ 자료에서도, 서울시 330만여 가구 가운데 반지하·지하층에 사는 가구는 전체의 10.7%인 35만여 가구에 이르러 도심지역의 지하주거가 광범히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또 조사에 응한 저소득층 가구 가운데 15%는 집에 독립된 화장실이 없어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집에 따로 부엌이 없는 가구도 4.5%나 됐고, 집 안까지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가구도 13%나 됐다. 또한 저소득층 지하 거주자는 지상층 거주자에 비해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로 고통 받은 경험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호흡기 질환에 큰 영향을 주는 곰팡이 서식 정도에서는 더욱 분명한 차이가 나타나, 곰팡이가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하층 가구에서는 34.6%나 됐으나, 같은 소득 수준이더라도 지상층 가구는 10.1%에 불과했다.

 

<도심 저소득층 환경권 환경정의적 차원서 국가 해결>
이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발표한 최승철(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대기오염이나 취약한 주거와 같은 환경적 요인은 특히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의 건강과 삶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며 “지하 주거의 환경문제를 더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환경정의와 인권 차원에서 국가가 해결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발표한 임종한(인하대 환경의학과) 교수는 ECOEHIS, EPHIS등의 유럽과 미국의 환경보건정책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발표했다. “최근 실내 공간에서의 실내공기 질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새로운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도심 저소득츠의 대표적 주거형태인 지하 주거는 습기가 차고 환풍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곰팡이나 진드기 등 미생물이 서식하기 좋아, 이를 주된 주거공간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에게 이와 관련된 질환 발생을 증가시킬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저소득층은 가난과 불건강의 이중 불평등을 안고 있는데 이런 불평등이 환경 악화로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다”며 “저소득층 주거시설 유해인자들의 노출 수준을 파악하고 질병 발생 기전을 규명해 저소득층의 건강 보호를 위한 예방대책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 교수는 “실내공기오염에 대한 위해성을 감소시키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 관련기관이나 학계 그리고 일반 대중은 실내공기오염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거주시설에서 실내 공간 중 미세 환경(micro-environment)내 오염물질 현황을 파악하고,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에 대한 노출인자 조사가 이루어져 노출 현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환경과 건강에 대한 조사는 큰 의미>
한편 토론에 나선 유영우(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사무총장)총장은 “이번 연구조사가 열악한 주거환경이 환경 건강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조사 분석하고 특히 지하 주거공간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은 의미 크다”고 평가했다.
유영우 총장은 “사실 지하공간은 주택정책의 왜곡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인권적 입장에서 사람이 살 곳은 아니”라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굉장히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증가하는 인구를 대비한 적절한 주거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지하 공간이 생겨났는데 지하공간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공간이라는 것이다. 유 사무총장은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160만 가구가 지하나 옥탑에 살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환경 건강에 관련에 모든 부분들이 이미 주거권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이번 연구조사가 이런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고 설명하고 “최저 주거기준에는 면적 시설에 관련된 기준이 있고 구조 성능 환경에 관한 기준은 관련법에 따르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이는 실효성이 없고 이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우(강남대 사회복지학과)교수는 인간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 개입하면서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시도가 사회복지학의 노력이며 이 과정속에서 생태적인 접근이 더욱더 고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더욱더 효과적인결과를 위해서 앞으로 샘플링과 조사절차등의 조사방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성은미(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연구원은 “독거노인, 여성, 편모가정, 노숙자, 이주노동자등의 다양한 저소득층의 구분에 따라서 원하는 환경, 주거 욕구는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거문제는 교육, 일자리, 교통, 환경등의 복합적 문제이며 이를 위한 해결책도 이러한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모두가 동감하듯이 저소득층의 환경권 문제는 그 문제의 복합성과 기존연구의 부족으로다루기 어려운 주제이다. 앞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환경불평등 문제에 대하여 우리사회 지속적으로 사회화하고 정책적, 사회적 운동을 통해 해결할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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