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불명확한 주간보고는 명백한 위헌"

예상부작용 실태조사 없이 강행한 건 행정편의주의

[이투뉴스] "공익이 명확하고 중대하면 사익의 침해는 용인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달성하려는 공익이 명확하지 않으면 행정편의에 지나지 않습니다. 행정편의를 위한 규정은 위헌, 무효입니다. 석유수급 주간보고 시스템에 대한 주유소협회의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주간보고 변경을 통해 보장되는 공익이 명확치 않은 반면 주유소 사업자들의 사익 침해가 명백히 예견된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 입니다"

주유소협회의 헌재소송 청구 업무를 맡은 이민석 변호사는 오는 7월1일부터 변경되는 주간보고 주기와 관련 그에 따른 '공익'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보고 기간을 주간 단위로 변경하는 목적이 '가짜석유 예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짜휘발유는 월간단위의 보고를 주간단위로 변경한다고 해서 없어질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와 관련기관의 철저한 단속과 엄격한 법집행에 의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가 지적한 '정부 및 관련기관의 철저한 단속'은 그간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석유관리원의 단속 직원들과 지방공무원, 가짜석유 판매일당이 손을 잡고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적발된 액수만도 수 조원에 이른다.

즉, 법규나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기관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능력부족이나 부정이 더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대법)에 이미 가짜석유 관련 행위자를 처벌하는 법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석대법은 가짜석유제품을 제조·수입·저장·운송·보관 또는 판매하는 행위를 엄벌에 처하고 있고, 품질검사를 받지 않거나 품질검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벌규정까지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석대법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규정이 있습니다. 가짜석유 근절은 정부 및 관련기관의 엄격한 법 집행과 국민들의 준수 의지로 이뤄지는 것이지, 단순히 보고단위를 월간 단위에서 주간 단위로 변경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그는 현행 법으로 관련 처벌규정이 있음에도 효과가 확실치 않은 주간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행정편의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간보고가 주유소사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유소사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월간보고를 주간보고로 변경한다고 해 공익이 신장된다는 근거가 없습니다. 신장된다는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반면 예상 부작용은 명확합니다. 결제가 월단위로 이루어지고 세무기장도 월단위로 이루어지는 관행을 고려하면 주간단위의 보고를 강제하는 것은 착오로 인한 보고나 월별상황을 예측해 보고하는 추측성 허위보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부작용은 명확한 가운데 이를 강제하는 것은 행정편의만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익이 아닌 행정 편의를 위해 사익인 영업의 자유를 극심하게 침해하는 것이죠. 여러모로 볼 때 위헌이 확실합니다"

현행 월간 보고는 개별주유소에서 매월 15일에 전월의 수급상황을 주유소협회로 보고해, 협회가 이를 종합해 보고 하도록 돼 있다.

이 변호사는 매월 1일이 아닌 15일에 보고토록 여유를 둔 것은 그만큼 월간 수급상황을 정리해 보고하는 것이 개별 주유소에게 결코 쉬운 업무가 아님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간보고 개정이 헌법 제15조의 영업의 자유 침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 일탈을 침해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헌법 제15조가 말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직업수행 내지 행사의 자유까지 포괄하는 '직업'의 자유를 뜻합니다"

그는  주유소인 석유판매업자가 거래상황기록부를 작성해 매주 화요일까지 한국석유관리원에 보고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영업의 수행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직업의 자유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도 전제조건이 따른다.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서는 안 됩니다. 즉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익상의 이유로 충분히 정당화되고,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의도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해야 합니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본권을 되도록 적게 제한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하지요. 또 제한의 정도와 공익의 비중을 비교형량해 추구하는 입법목적과 선정된 입법수단 사이에 균형적인 비례관계가 성립해야 합니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했는가', 또 '되도록 적게 제한하는 수단이었는가' 라는데 의문이 든다며,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월 단위 보고를 주단위 보고로 변경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미 월단위로 보고하고 있는데 주단위 보고를 강제하는 것이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 석유제품과 석유대체연료의 적정한 품질 확보를 위해 왜 필수적일까요"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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