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사 이어 전국노조협의회 전면대응 선포
학계 “용역 공정성 없고 분석 오류”, 국회도 가세

[이투뉴스] 수도권 인근의 미활용 발전배열 등을 이용해 에너지이용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수도권 그린 히트 프로젝트’에 대한 대립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이른바 열배관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놓고 사업자 간 갈등뿐 아니라 학계와 국회까지 전선(戰線)에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인 정부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은 광역 열네트워크가 국가적으로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며, 고용창출에도 큰 성과를 거둔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업역 위축이 불가피하게 되는 도시가스업계는 미이용에너지 산정이 사실상 허상인데다 기존 도시가스 인프라를 무너트리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칫 업종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지 모르는 사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해당업계가 아니라 전국도시가스노동조합협의회가 전면대응을 공언한데다 학계도 경제성과 타당성에 대한 적정성을 따지고 나섰다. 여기에 도시가스협회는 프로젝트 타당성 여부 검증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등을 계획하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소비자를 위한 프로젝트로 청와대 보고까지 마치고, 사실상 프로젝트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산업부로서는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광역 열배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그린 히트 프로젝트는 9000억원을 투자, 연간 1137만G㎈ 규모의 미이용에너지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보다 싼 가격의 난방에너지를 공급하고, 3조6000억원 상당의 경제유발효과 및 1만4000명의 취업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추진 주체 측의 주장이다.

여기서 확정수요는 기존 집단에너지사업자의 필요수요를, 잠재수요는 입주 이후 20년이 경과해 개체가 유력한 공동주택 중 500미터 이내 5000세대 이상인 클러스터가 가능한 수요로 주배관으로부터의 거리를 5㎞로 기준해 확정수요 303만G㎈와 잠재수요 437만G㎈를 추산하고 있다.

◆전도협 “프로젝트 신뢰성 없다”

프로젝트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실상 도시가스 수요처를 잠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막대한 수요처를 뺏길 도시가스업계로서는 위기감을 느끼며 반발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업종 간 다툼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전국도시가스노조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전면대응을 선언하고, 학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는 양상이다.

전국 13개 도시가스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국도시가스노동조합협의회(의장 현치형)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프로젝트의 용역결과를 수용할 수 없으며 3개월 내 신뢰성과 공정성을 갖춘 제3자에게 재용역을 맡겨 타당성을 검증받을 것을 주장했다.

전도협은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공공성 훼손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와 국회 등에 제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현치형 협의회 의장(한국가스기술공사 노조위원장)은 ‘국민의 편에서 어떤 게 이득인가를 시간을 갖고 세심히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도시가스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가스안전관리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광원 협의회 사무처장(예스코 노조위원장)도 “지금은 수도권만 해당된다고 하지만 지역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확대돼 결국 GS, SK E&S, 포스코 등 에너지 대기업이 시장을 분할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전도협 측은 중복투자로 인해 도시가스배관과 광역 열배관망 모두 투자효율이 떨어지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매요금이 인상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이를 외면한 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도시가스사와 연관사업이 고사됨은 물론 중복투자에 따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학계 “자의적이고 왜곡된 용역”

학계도 수도권 광역 열배관망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번 프로젝트 연구용역 보고서에 대한 세밀한 검증작업을 벌여온 박희천 인하대학교 교수는 “용역연구보고서의 내용은 상당히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상당히 왜곡된 가정을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와 공기업이 추진하는 계획에 관련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공정성을 부여할 수 없다”면서 “많은 정책이 부서의 이기주의로 관련 부서와의 협의 없이 이뤄지기도 하기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질책했다.

박희천 교수가 제시한 검토보고서는 ►열생산 규모의 적정성 ►폐열의 활용도 ►전력으로 난방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 ►국가 에너지비용 절감 ►9000억원의 열배관망 투자로 인한 3조6000억원 경제유발효과의 실체 ►해당 프로젝트로 인한 상대적 피해 규모 ►지역난방공사의 공적 독점 강화 타당성 등을 대전제로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전력부족이 심각해 1㎿ 규모의 발전설비가 아쉬운 실정에 복합발전소를 열병합발전화해 지역난방을 공급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전력의 과소비를 조장하는 행위로, 난방용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 억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해당 프로젝트는 발전소 추기열의 지역난방 활용을 에너지절감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에너지절감이나 온실가스 배출저감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추기열을 제외하면 용역보고서의 주장 중 22.21%만이 해당되고, 따라서 20년간 에너지 절감금액은 9조7797억원에서 2조1721억원으로, 배출저감은 3000만톤에서 666만톤으로 크게 줄어든다.

특히 프로젝트 시행에 따른 피해도 분석해 국가적 득실을 따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며 정확하지 않은 에너지절감, 난방비  절감, 생산유발, 취업유발 등의 효과만을 제시하고 있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용역보고서는 투자비를 과소 책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난방을 공급하려면 열배관망 외에도 열회수설비, 아파트단지 내 난방설비의 초기투자비, 도시가스 배관 유휴화 손실을 포함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투자비가 약 2조4413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또 용역보고서는 20년간 9조7797억원의 에너지절감을 주장하나 추기열을 제외하면 2조 1721억원 밖에 되지 않고, 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3조5620억원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라고 지적했다.  

용역보고서의 취업유발효과도 분석의 오류로 인해 크게 과장돼 있다고 꼬집었다. 9000억원을 투입해 5701명의 취업을 유발한다고 했으나, 이 취업유발효과 중 가스산업을 제외하면 1082명(18.99%)밖에 되지 않는다. 이 사업으로 인한 취업감소가 취업유발효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일자리창출 정책에도 어긋난다는 질책이다.

결과적으로 그린 히트 프로젝트의 득실을 비교하면 편익보다 손실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분석돼 전면 재검토돼야 하고, 시장을 교란시키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지정제도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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