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 마무리됐다. 최종안은 구체적인 수치를 굳이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동일했다. 에너지 수요전망과 온실가스 감축문제,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싸고 막판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으나,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마냥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모든 에너지 분야를 총망라하며, 하위 에너지원 및 부문별 계획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성격을 가진 최상위계획이다. 한마디로 보다 넓고 큰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시 에너지정책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에너지기본계획은 중장기 에너지정책의 기본 철학과 비전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그런 만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주요 목표들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세부내용까지는 담지 않는다. 1차에서는 원별믹스 및 추진계획 등 일부 세세한 내용이 실리기도 했지만, 이번엔 많이 빠졌다.

구체적 목표보다는 정책비전을 담은 기본계획의 성격이라는 점과 수립주기가 5년으로 길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에기본은 정책여건의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어려운 만큼 원별 계획을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나오는 하위 에너지원별 계획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2차 에기본을 내놓으면서 정부는 하부계획들은 에기본의 철학과 기본원칙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는 지침을 사상 처음으로 명시했다. 에기본과 같은 최상위 기본계획이 하부계획들을 지나치게 구속할 경우, 오히려 에너지 정책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기본을 정점으로 정부가 일정시기별로 수립해야 하는 원별 계획은 무려 10개에 이른다. 에너지이용합리화계획부터 신재생에너지·전력수급·천연가스수급·집단에너지공급·지역에너지·석유비축·해외자원개발·에너지기술개발·석탄산업 기본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 올해 수립해야 하는 원별 계획은 내년으로 예정된 석탄계획을 제외한 무려 9개에 달한다. 지난해 마쳐야 했던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지연되면서, 하위 계획까지 자동으로 밀린 것이 초유의 에너지원별 기본계획 수립 러시를 불러온 셈이다.

문제는 원별계획 모두 어느 하나 쉬운게 없다는 점이다. 당장 1분기에 결정해야할 신재생기본계획과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의 경우 2차 에기본에서 소외됐던 해당 업계의 상처를 다독거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에너지수요관리로의 전환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에너지이용합리화계획도 1분기에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2분기로 넘어가서도 분산형 전원으로 확대보급을 지목했지만 전력 및 가스분야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집단에너지기본계획이 버티고 있다. 4분기로 예정돼 여유는 있지만 에기본에서 상당한 역할을 떠넘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와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역시 넘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결국 2차 에기본 확정은 고민하던 숙제가 끝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과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에기본이 거시정책이라면 원별 계획은 미시정책이다. 실질적인 국내 원별 목표와 실행정책을 담은 하위계획 작성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제 내실과 실효성을 갖춘 기본계획 마련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차 에기본,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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