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차베스의 달러 투자 축소, 반미 감정 때문"

 반미 성향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들이 달러화 투자를 줄이는 대신 유로화 투자를 늘리고 있어 달러화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18일 차베스 대통령이 달러화와 국제 원유가격 하락세에 따라 석유 수출 소득의 유로화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외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산유국들도 유로화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어서 올 들어 유로화에 대해 9.5% 떨어진 달러화 가치의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도밍고 마사 사발라 이사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달러화는 오랫동안 하락 일로를 걸어왔다"며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외환 투자 다변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359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와 금 비중을 1년 전의 95%에서 80%로 낮추는 대신 5%가 채 안되던 유로화 비중은 15%로 높였다고 사발라 이사는 말했다.

 

달러화 투자를 줄이기는 아시아의 산유국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399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미란다 고엘톰 수석 부총재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빈 나세르 알-수와이디 UAE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249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 비중을 8%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산유국 중앙은행이 유로화 투자를 늘리려는 것은 유가와 달러화의 동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유로화 투자가 유리한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원유 가격은 달러로 책정되고 미국은 지난해 하루 4억 달러 규모의 원유를 구입한 최대 수입국이다.

 

한편 지난 2분기 중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세계 최대 비(非) OPEC 산유국인 러시아 외환보유액의 달러화 비중은 65%로 전분기의 67%에 비해 2%포인트 떨어지면서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외환전략가 릭 아니는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베네수엘라의 달러화 투자 비중 축소 동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6월 초 카라카스에서 열린 OPEC 회의에 참석해 달러화 대신 유로화로 석유 가격을 표시해 판매하자는 이란의 제의를 수용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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