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과욕은 화를 부른다”

새해 들어 고삐를 바짝 조이는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정책을 보면 이런 말이 떠오른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연일 공기업 기관장들에게 부채감축 계획을 재촉하는 정부에게서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모습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즘 정부로부터 공기업 정상화라는 채찍질을 당하고 있는 공기관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정이다. 가스공사, 석유공사, 한국전력 할 것 없이 부채 감축을 위한 매각 대상에 우량 자산을 넣어 정부에 제출했다. 이것저것 따질 틈이 없는 셈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이를 지켜보던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진단부터가 잘못돼 있다"며 "부채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정확한 진단"이 전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국책사업 실패와 정부의 책임 불이행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재진단을 주문했다.

공기업 노조들도 하나 둘씩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해가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공공노련)과 공기업 정책연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면, 올해는 개별 공기관 노조들이 각개전투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공노련과 공기업 정책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공기업 부채의 원인은 엉터리 정책을 공기업에게 강제로 수행시킨 정부에 있으니 그 책임 또한 정부가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공노련은 "MB정부의 자원외교실패, 4대강, 보금자리, 공공요금 정책 실패의 모든 책임을 공기업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비판의 칼을 세웠다.

한 자원개발 공기관의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며 '현 정권은 지난 MB정권이 저질러 놓은 공공기관의 부채증가 문제를 빌미로 알짜기관, 알짜사업들을 민영화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판의 화살은 내부로도 이어졌다. 정부의 '부적절한 행태'에 '아니다'라고 한마디를 못하는 기관장들이 대상이다.

최근의 정부 강압에 대해 제대로 말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경영진의 모습에 직원들의 자괴감은 커지고 경영리더십은 실종되고 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기관장, 당당한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정부가 급히 먹는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전국이 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긴 안목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세심히 살피고, 그에 맞는 진단을 내린 후 결과를 다그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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