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대열에 합류했고, 최근 페이스북도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의향을 건네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수조원 단위 투자인만큼 정부차원의 물밑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다고 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들이 굳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싶어하는 이유는 값싼 전기요금과 질좋은 전력시스템 때문이다. 우수한 IT인프라와 인력자원을 고려했다는 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일 뿐이다. 다른 글로벌기업들이 그런 자원이 전무한 알래스카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차가운 기후로 시설냉각에 소요되는 에너지가 적어서다.

356일,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전체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전기료로 쓰는 ‘전기먹는 하마’다. 일부 대형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사용량은 수십만명 규모 중소도시 소비량과 맞먹는다. 이들에게 미국의 80%, 일본의 50%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전기료는 분명 매력적 조건이다. 제조업 경쟁력을 위해 수십조원의 한전적자를 무릅쓰고 값싼 전기를 공급했더니, 숟가락을 하나 얹겠다는 심산과 다를 게 없다. 수조원의 외자를 유치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해외기업 데이터센터 국내 유치는 장기적으로 실익이 적다. 초기 건설투자와 관련 산업 반짝 부양효과가 전부다. 전자동화된 IT시설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하다. 완공 이후엔 폭증하는 데이터량에 비례해 더 많은 전력을 빨아들일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들을 위해 더 많은 원전과 송전탑을 건설해야 한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기업 데이터센터 유치가 맞다는 판단이라면 정부는 광역시나 수도권을 선호하는 이들을 낙후된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으로 유도해야 한다. 전력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고,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적게나마 기여할 수도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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