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
[칼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
  • 서정수
  • 승인 2014.02.17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마음먹고 거리를 활보할 여건도, 강변이나 산, 들녘 어디에서도 깊이 심호흡할 맑은 공기마저 빼앗긴 오늘의 환경 현실을 실감하는가? 깊은 산속 옹달샘은 그 맑고 청량함을 간직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겨울이면 깊은 잠을 자야할 산야의 야생생물들은 과연 온전히 버티고 있을까? 모두 부정적이다.

수도권의 최근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나쁨에 해당되는 190μ/㎥ 수준.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스모그와 함께 우리나라 대기상태가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확산되지 못하고 대기 중에 축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하늘의 대기 상태가 예전 같지가 않다. 어린이, 노약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마음 놓고 숨쉬기 곤란한 지경이다.

무한히 맑은 참 공기의 혜택을 상실한 오늘의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진정한 삶의 행복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대부분의 약수터 수질검사에서 총대장균군 검출이 확인되고 있다. 총대장균군이 검출된다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의 분변에 의하여 오염된다는 설명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수인성병원균 오염에 의한 우리 건강이 우려되며 관리부실 또한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청정지역임을 자부하며 살던 강원도 사람들이 지금보다도 더 깊숙한 산속 약수터를 찾는 이유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눈덮힌 산야를 무리지어 다니며 단잠에 빠진 겨울 속 야생생물을 무단 채취하는 불법행위를 몇몇 방송사는 버젓이 안방에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다.

바위에 붙어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바위손이며, 신갈나무 끝가지에 매달린 참나무겨우사리는 영문도 모른 채, 땅속 깊이 잠자는 하수오는 발가벗겨진 채 그들의 손아귀에 움켜지고 있다. “겨울산의 로또”라며 항암의 효능이 규명되지도 않은 야생식물들이 무자비하게 남획되고 있는 현장을 생중계하는 그들의 행태는 과연 바람직한가.

깊은 산속 계곡물에 숨어살던 개구리는 눈도 덜 뜬 상태에서 망태에 담겨지며, 오소리, 너구리 할 것 없이 쓸개와 담즙이 좋아라 처참히 남획되고 있다.

야생생물이 온전히 살지 못하는 자연에 인간인들 온전히 살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자연생태계의 한 구성요소인 생물은 각기 자연 속에서 나름대로의 지위(地位)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온전히 존재함으로써 균형있는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몇해 전 시골 농부로부터 밭에 심어놓은 대규모 은행나무 묘목이 고사하였으니 원인을 규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몇몇 식물생리학자와 동행하여 현장을 방문하여보니 나무 밑둥지 부근이 온통 둘러 껍질이 벗겨져 말라 죽은 것이 확인되었다.

생리적으로는 수분공급 부족으로 고사한 것이지만 밑둥 껍질환피의 원인은 규명이 어려웠다. 한참 뒤에야 알게 된 사연인즉, 몇해 전부터 주변 산에 뱀그물을 친 뒤 뱀들이 모두 사라진 후, 천적이 없는 들쥐들이 번성해져 먹이대신 나무 밑둥의 껍질을 벗겨 먹었던 것이 원인으로 밝혀진 바 있다. 풀도 없고, 꽃도 없고, 곤충도 없는 세상에 무슨 새와 동물이 살 수 있을 것인가.

먼 나라 자연다큐에서 보았던 메뚜기 떼들의 비상 원인이 바로 생태계 균형 상실에서 오는 자연재해라는 것이 아프리카가 아닌 금수강산이라던 우리나라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번 멸종된 생물의 복원은 21세기 고도 과학문명으로도 어려우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복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쓸모없이 여기던 야생생물의 효능은 세월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밝혀지기 시작하며, 위기에 처한 인류생명 구현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만의 그릇된 보신(補身) 이기심은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작게는 지역에서, 크게는 전 지구적으로 그 폐해를 초래하고 있음을 자각할 시기이다.

그래서 더더욱 야생생물 밀렵, 밀거래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한 이유다.

늦었지만 그릇된 보신풍조와 점점 전문화, 지능화되고 있는 자연생태계 훼손행위에는 특단의, 더 엄격한  근절대책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법정보호종 지정확대, 야생생물 보호구역 확대 등은 물론, 국민홍보, 계도 및 집중단속을 통한 법적, 행정적 조치가 시급하다.

미국의 국립공원 옐로우스톤의 지정 당시 “아름다운 자연을 통한 인간의 착한 심성 유지”라는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어렵고 답답하고 어두운 우리의 사회 현실 속에서도 조용히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로부터의 진정한 위안이 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27길 36 809-2호(구로동, 이스페이스)
  • 대표전화 : 02-877-4114
  • 팩스 : 02-2038-374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욱
  • 편집국장 : 채덕종
  • 편집인 : 이재욱
  • 제호 :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 법인명 : (주)에너지환경일보
  • 등록번호 : 서울 다 07637 / 서울 아 00215
  • 등록일 : 2006-06-14
  • 발행일 : 2006-06-14
  • 발행인 : 이재욱
  •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2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