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정우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지난 1월 발표되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6대 중점과제에 나타나 있는데 그 중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정책과제로 제시된 것이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정책전환’과 ‘분산형 발전시스템의 구축’이다.

수요관리가 새롭게 강조된 것은 지금과 같은 에너지수요 증가추세를 그대로 놔둔다면 심각한 에너지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또, 분산형 발전시스템을 확대하려는 것은 중앙집중식의 거대 설비 구축이 지역주민과의 충돌로 점차 한계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가장 핵심적인 열쇠는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시장친화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에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격기능이 얼마나 작동하는 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지원과 규제정책으로는 에너지수요관리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1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교훈이다. 2008년 1차 계획에서 저탄소 경제의 기치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에너지효율 목표를 설정했지만 지금의 결과를 보면 오히려 계획수립 당시보다 에너지효율은 더 악화되었다. GDP 백만원 생산에 투입된 에너지가 2008년 0.246TOE였지만 2012년에는 0.252TOE로 원단위가 높아진 것이다. 2030년까지 에너지원단위를 47%나 줄이겠다던 당시의 에너지효율 개선에 대한 강한 정책의지가 무색해지는 결과이다. 1차 계획 수립이후 지난 6년 동안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거액의 재원이 투입되었고, 다양한 이행 조직들이 구성되었으며 수많은 제도들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진전된 결과를 보이지 못한 것은 가격기능이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2차 계획에서 수요관리형 정책전환과 분산형 전원의 확대를 이루는 핵심 수단은 첨단 기술력에 있다. 특히 EMS(에너지관리기술)나 ESS(에너지저장기술), DR(지능형 수요반응 기술), MG(마이크로 그리드) 등 ICT 융합기술이 개발되고 이러한 기술들이 수요자들에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창출돼야 한다. ICT 융합기술 기반으로 하는 수요관리와 분산형 전원의 확대는 에너지 수요문제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과 보급을 촉진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며 고용을 촉진하는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융합기술들이 개발되려면 정부의 R&D 역할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유능한 ICT인력들이 에너지시장으로 들어오고 기술개발에 민간 투자가 촉진되며 이를 사업화하는 다양한 에너지서비스산업들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원가이하의 전력가격과 진입규제에서는 누가 이러한 산업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1차 에너지 계획에서도 규제완화와 에너지시장의 경쟁여건 조성, 합리적인 가격체계로의 개선을 10대 이행과제의 하나로 삼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은 정부나 정치권이 물가상승, 이해그룹의 저항 등 국민에게는 인기 없는 정책부담으로 머뭇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머뭇거림이 2차 계획에서도 계속된다면 1차의 전철을 또 다시 밟게 될 것이다. 과감한 결단과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정치력이 필요한 때이다.

가격이나 규제정책 이외에도 이번 2차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면 다양한 갈등요소들이 내재해 있다. 밀양사태에서도 보았듯이 송전망이나 발전소 등 에너지설비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이 거세지고 있으며 원전안전에 대한 불신, 방폐장 부지선정이나 사용후 핵연료 관리문제 등 향후 정책당국이 직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이외에도 온실가스 등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부처간 이견들이 존재하고 있고 에너지원별 정책조정에서도 산업체간의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갈등요소들을 원만하게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정책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책을 이행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내재되어 있는 갈등요소들을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일방적인 정책추진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이해그룹간의 대화채널을 만들고 다양한 솔루션을 놓고 함께 고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성과를 거두는 데는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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