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판매량이 없어요. 수급보고라고 할 게 없는 데 뭘하라는 겁니까"
"'0'이라고 라도 보고를 해주셔야 합니다. 수급보고 누락하면 해당 판매소에 벌금 나와요", "영업을 안 하신다고요? 휴업으로 등록해 드릴까요?"

매달 수급보고 마감 기일이 다가오면,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사무실에서는 매번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협회 수급보고 담당직원은 하루 종일 보고를 누락한 판매소에 전화를 걸어 독려한다. 반면 상당수 판매업자는 판매량이 없는 데 무엇을 보고하냐고 되묻는다. 현재 일반석유판매소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과거 겨울이면 집집마다 필수로 여겨지던 등유배달이 어느새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가정마다 사용하던 기름보일러가 하나둘 가스보일러로 교체된 결과다.

일반석유판매소는 매년 큰 폭으로 줄어 현재 전국에 2700여개소만이 남았다. 이 중에는 영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유령판매소'도 상당수이며, 또 영업을 해도 판매량이 없는 곳도 있다. 매달 수급보고 때만 되면 협회와 사업자 간의 실랑이가 반복되는 것 또한 그 결과다.

"올해는 전기세가 올라 등유소비가 늘까 기대했는데, 날이 따뜻해 오히려 더 줄었습니다. 전년보다 20% 가량 감소한 것 같아요.  어차피 연평균 기온은 해마다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 큰 문제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올해 안 되면, 내년에 좀 나아지겠지하니까요. 더 큰 문제는 도시가스 보급입니다"

일반석유판매소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의 푸념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시가스 보급을 지원해 공급이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해당지역의 일반판매소는 절대적인 타격을 입는다. 사업자가 제대로 운영을 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는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입는 피해에는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고사 직전이라며 생존 자체가 문제라고 한숨을 쉬는 한 석유판매사업자는  "지역별 도시가스 보급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일반석유판매소의 한계상황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고 호소했다. 

간선도로화 및 직선화 등의 도로 정비로 내몰린 '한계주유소'의 전·폐업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법안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일반석유판매소 사업자들의 시름 가득한 얼굴이 떠올랐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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