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감리수수료・완성검사비 등 이중 부담
마이콤미터 독점생산, 세부 매뉴얼도 미비

[이투뉴스] 가정에서 가스를 사용할 때 전기처럼 ‘콘센트’에 커플링식으로 접속해 쓰도록 하는 건축물 도시가스 매립배관이 시행됐으나 정작 시장반응은 시큰둥하다. 아직 제도가 도입된 지 수개월에 불과한 초기라는 점도 있지만 구체적인 항목에서 각계의 불만이 크다.

당초 건축물 매립배관 허용은 범죄 예방효과와 산업・경제적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됐으며, 이에 따른 도시가스 신규수요 창출과 경쟁력 제고에 거는 기대가 컸다.

콘센트 접촉방식으로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사용하고, 범죄・가스사고 예방효과 및 건축물 미관 개선과 함께 가스레인지, 가스온수기, 가스보일러에 머물던 가정용 가스기구가 밥솥, 식기건조기, 욕실난방기, 냉난방기 등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국가적 측면에서 전력 피크 수요에 대응하는 효과와 함께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연간 540억원 상당의 이사비용 절감 및 이사 시 불편함 해소, 연간 29억원 상당의 가스검침비용 절감 등 기대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이 지난해 7월 25일 공표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 상세기준인 KGS코드가 10월 14일 시행됐다. 건축물 매립배관이 법적으로 시행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시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감지되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공사업자, 건설사, 계량기업체를 비롯해 도시가스사에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3일 한국도시가스협회 주최로 서울무역전시장 컨퍼런스 룸에서 열린 ‘건축물 내 매립배관 제도개선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준비된 자료가 턱없이 모자랄 정도로 관심을 끈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동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안전과 사무관이 ‘건축물 내 매립배관 추진 배경과 제도개선 현황’, 고형정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준처 부장이 ‘매립배관 제도개선에 따른 상세기준 및 적용방안’에 대해 각각 설명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질의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각계의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시공업계 측은 매립배관 건축물의 경우 특정가스사용시설로 지정돼 시공감리에 더해 완성검사까지 받고, 여기에 기술검토까지 받아야 돼 단지별로 5000여만원에 이르는 비용부담이 추가된다고 비난했다.

또한 다기능가스계량기인 마이콤미터를 의무화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극동기전 단 한곳만 마이콤미터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점체제와 그에 따른 과도한 비용부담을 지적했다.

아울러 가스누출을 확인하기 위한 점검구를 필수적으로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 면적에 몇 개의 점검구를 설치하라는 규정이 없다며, 세부 매뉴얼은 갖춰놓지 않은 채 법 시행에 들어간 셈이라고 힐난했다.

계량기업체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다기능계량기인 마이콤미터가 장점이 많으나 만능은 아니라면서, 가스검지기 적용 등 다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가스사 한 관계자는 20만원에 육박하는 마이콤미터를 5년의 검정기간 완료 후 교체하게 될 때 지자체로부터 승인받는 공급비용에 반영되지 않으면 교체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며, 명시된 규정을 요구했다.

가스기기업계 관계자도 지금처럼 수요가에서 가스레인지만을 쓸 경우에는 후드 등을 통해 연소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나 앞으로 실내에서 다양한 가스연소기가 동시에 사용될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 등 인명손실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며, 이에 대한 연구나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건축물 배관매립제도가 시행된다면 어떤 건설사나 소비자가 이를 원하겠느냐며, 결과적으로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잇속만 채우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아직 제도 시행 초기라는 점에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각계에서 전하는 지적에 대해 세심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소비자나 관련업계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