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조정용 ESS 구축 놓고 물밑 신경전
한전 "전기품질관리" Vs 非한전 "발전·판매 겸업"

[이투뉴스] 한전이 전력저장장치(ESS)로 주파수조정 예비력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전사들이 잔뜩 경계심을 품고 있다. 한전은 전기품질관리와 신산업 육성차원의 접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반면, 발전사들은 사실상의 발전·판매 겸업이 아니냐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1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전과 발전자회사, 민간발전사, 전력거래소 관계자 등을 불시 소집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한전 주파수조정용 ESS사업 추진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산업부 국(局)·과장급 인사와 이차전지 제조사 관계자가 직접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한전의 주파수조정용 ESS사업 참여를 놓고 각 사업자들이 이견을 드러내면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최대 1.5GW 규모의 주파수 예비력중 일부를 ESS로 대체할 경우, 한전은 피크 시 고원가 발전기 가동이 줄어 전력구입비가 낮아지는 반면 발전사는 그만큼 역할이 축소되고 제약발전에 따른 정산금(AS)도 준다.

주파수 예비력은 수요가 급등락하더라도 전력 품질기준인 60Hz를 유지하기 위해 즉각 투입 가능한 예비력을 말하는데, 현재는 석탄화력발전소나 LNG복합화력이 연료투입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발전기 속도를 증감시켜 균일한 전기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이런 방식의 주파수 추종운전은 발전 효율저하를 수반, 정산금으로 그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발전업계의 의하면 현재 석탄화력과 LNG복합은 각각 약 500MW규모의 주파수 조정부하를 책임지고 있고 있으며, 발전자회사들 기준 전체 AS정산금은 연간 400억원 수준이다. 연간 5조~7조원씩 매출을 올리는 발전사들 입장에선 수익에 큰 영향을 받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판매사업자이자 단독 전력구입사인 한전은 얘기가 다르다.

ESS 전력망 연계효과를 분석한 한전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ESS로 석탄화력의 주파수조정 보조서비스 1.1GW를 대체할 경우 연간 5000억~6000억원의 전력구입비 절감이 가능하다. 고원가 발전기 가동을 줄여 SMP가 하락하는 효과는 물론 제약·비제약발전 정산금(CON·COFF)도 줄어 전체 전력구입비를 큰폭으로 낮출 수 있다.

분야별 예상 추정편익은 발전원 연계의 경우 주파수 예비력 보조서비스는 kWh당 82.57원, 전력시장에서의 SMP 차이에 의한 차익거래는 36.31원, ESS의 용량요금 편익은 5.97원 등이며, 송배전망 연계 수요관리 회피 편익은 693.08원이나 된다. 스마트그리드와 ESS를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보고 전담조직까지 만든 한전으로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발전사들은 한전의 이런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AS정산금을 떠나 향후 ESS 전력시장이 본격 조성될 경우 한전이 이 시장을 선점하고 사실상 발전과 판매를 겸업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우려에서다. 이런 시각차로 이날 회동은 한전-ESS제조사대(對) 발전사-전력거래소로 진영이 갈려 설전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한전과 ESS제조사는 효율적인 전력품질관리와 전력구입비 감소, ESS시장 창출 효과를 명분으로 내세운 반면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과 직결된 문제이니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고, 발전사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전의 이번 주파수조정용 ESS사업이 발전겸업을 금지하고 있는 전기사업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나 아니냐를 놓고, 한전은 관련 고시에 근거한 송배전사업자의 전력품질 관리이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반면 전력거래소는 주파수 예비력도 엄연한 발전시장이라며 각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전 신성장동력본부 관계자는 “아직 관련법도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파수 ESS가 발전용이냐 아니냐, 한전 시장참여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바람직한 논의가 아니다. 현 시점의 쟁점은 제도가 준비됐냐 아니냐, 시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협의는 제도를 만드는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첫 회의 개념으로 각계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만든 것”이라면서도, 한전 주파수 ESS사업의 명분에 대해선 “전기 품질관리 측면에서 배전·판매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압·주파수 품질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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