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정상화 방안 토론회서 전문가들 한 목소리
유효 경쟁시장 조성 및 정책결정 독립화 과제로 부상

[이투뉴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배전분할 중단 이후 심화된 전력산업의 비정상화는 도매시장과 요금규제를 통한 정부 대증요법의 패착 결과이며, 이에 대한 정상화는 전력시장의 유효경쟁 환경조성과 에너지정책 결정의 독립화라는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이 나왔다.

전력산업의 경쟁도입 및 확대를 주창해 온 학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력산업연구회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전력산업의 비정상,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세미나 패널토론에서다.

이 자리에서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력정책은 미래 불확실 요인에 대한 합리적 투자가 결정되도록 설계돼야 하는데, 우리는 장기 대안보다 빈번한 제도변경 등의 단기적 대증요법을 동원해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며 논쟁에 불을 댕겼다.

"전력산업이 심대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운을 뗀 이 위원은 전기요금, 에너지세제, 판매경쟁 부재 등을 비정상의 요소로 지목하면서 “비정상의 핵심은 규제기관(정부)으로, 독립된 기관을 설립해 통찰력 있는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 시점의 전력산업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비정상의 수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같은 난맥상의 해법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시각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좌장을 맡은 이승훈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모두발언에서 국내 전력산업의 현실을 “너무 오래 한발로 서 있다가 각종 질환까지 생긴 상황”에 빗댔다. 여기서 한 발은 발전사 분할을, 나머지 한 발은 배전분할 및 판매경쟁을 의미한다.

이 위원장은 “기득권과 사회주의 편향적인 공기업주의가 연합해 (경쟁론과)서로 대결하느라 오도가도 못하는 현실”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내년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되면 전력산업이 받는 타격이 상당해 과연 이대로 가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베스팅컨트렉트(VC) 도입 검토를 겨냥해 공세를 이어갔다. VC 역시 지금까지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동원한 대증시책과 다를 것이 없으며, 오히려 옛 수단들보다 비정상성이 더한 시책이라는 문제 제기다.

박 교수는 “전력산업은 산업구조적 측면이나 재무적 측면에서 상위 정책과 유기적 피드백을 통해 발전하는 것인데, 바탕(정책)의 비정상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면서 “발전부문 진입규제와 요금규제는 과감히 철폐해 투자 왜곡을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VC 도입 신중론을 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용량가격(CP)이 매우 낮아도 예비율이 모자라 SMP로 버텼지만, 앞으로 기저발전기가 대거 들어오면 복합가동이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입찰제를 도입하고 산업용부터 전기료를 차등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력산업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진단에는 전직 차관도 이견이 없었다. 이 위원장의 청으로 패널석에 앉은 김정관 법무법인태평양 고문 얘기다. 김 고문은 참여정부 실·국장을 거쳐 이명박정부서 차관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 했으나 9.15 사태 발발로 취임 6개월만에 물러났다.

김 고문은 “지금 전력산업이 비정상적 상태로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든다”면서 “결론적으로 현재 전력산업은 수급도 안정적이지 못하고 시장, 기술, 제도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비정상적 상태”라고 거들었다.

김 고문은 “발전부문도 유효경쟁으로 가는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판매부문은 급진적 경쟁도입은 혼란이지만, 점진적 도입은 필요하다고 본다. 대규모 수용가부터 판매경쟁으로 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그는 “원론적으로 정부와 국민 입장에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는 것을 과연 비정상이라 할 수 있을 지, 빠르게 변하는 시장과 기술, 이런 변화를 흡수해 빠르게 변할 능력을 우리 산업구조가 가졌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같은 산업계의 인식과 대안제시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의 정책 전환시도는 과거정부와 마찬가지로 무위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왔다. 한전 분할이나 경쟁도입 등의 본질적 개혁을 비껴가는 정상화 논의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학계의 과도기적 개선 논의를 거론하면서 “시장 구조개편 등의 정상화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지 반대세력과 타협할 계제가 아니다”면서 “전력거래소-한전-정부 중심의 방안들은 향후 엄청난 죄악이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김정관 고문은 “정부와 기업, 국민이 전력산업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종 결정하는 정부가 전력을 보는 시각은 독립적이지 않고 다른 정책수단의 보조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것이 경제와 국민이익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란 걸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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