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개 유산에 분쟁조정위 조정 신청 … 365만원 피해액 인정

고속도로 공사를 벌이던 모 건설업체가 공사장 인근 개 사육장 주인에게 '개값'을 물어주게 됐다. 새끼를 밴 개들이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유산이나 사산을 반복하자 참다 못한 개 주인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조정신청을 냈고 배상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21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분쟁 조정을 신청한 배모씨는 경북 김천시에서 80여마리의 식용 및 애완견을 사육중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부터 사육장 인근에서 모 건설사가 김천-성주읍 간 중부내륙고속도로 공사를 시작하면서 기르던 개들의 유산이 잇따랐다.

 

이에 배씨는 건설사인 G사에 방음대책을 항의하는 한편 중재기구인 중앙환경분쟁위에 지난 6월 조정신청을 냈다. 당시 배씨는 총 80여마리의 개 중에서 출산할 수 있는 어미개들이 지난 3년간 낳을 수 있는 강아지의 숫자와 시세가를 감안, 1억원 이상의 보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중앙환경분쟁위는 현장실사를 통해 소음을 측정했고 사육장 인근의 소음도가 가축의 피해임계수준인 70데시벨에 근접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금임 조정위 심사관은 "건설사가 공사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음대책 없이 공사를 시행한 점이 인정됐다"며 "현장소음이 최고 65데시벨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분쟁조정위는 사육장과 공사장과의 떨어진 거리나 사용장비를 면밀히 분석해 소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율의 7.5%를 인정했다. 통상 소음으로 인한 가축피해를 70데시벨부터 보고 있지만 이처럼 50~60데시벨 범위에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한 결정이다.

 

이에 따라 조정위는 사육장 주인 배씨에게 건설사가 365만원을 물어주도록 했다. 보통 개 한 마리가 1년 동안 낳을 수 있는 강아지를 7.5마리로 보고 여기에 출산 횟수 등을 고려한 뒤 피해율 7.5%를 적용한 배상액이다.

 

중앙환경조정위의 이번 결정은 공사장 소음이 사람뿐만 아니라 개 등의 동물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인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불만을 품고 앙금이 남아 있기는 양측이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개 사육장 주인 배씨는 보상액 수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시킨 채 여전히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배씨는 "보상액이 너무 작다"며 관계자들에게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역시 배상 결정에 일부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G건설의 현장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 공사의 경우 방음대책을 세울 때 사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결정을 내렸겠지만 신청인이 무리한 요구를 한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 관계자는 "조정위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면서도 "만약 신청인의 주장처럼 어마어마한 피해액이 나온다면 나라도 개를 키우겠다"며 '개값'에 유감을 드러냈다. 한편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향후 동물피해 사건도 적극적으로 구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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