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석 대한LPG협회 회장

홍준석 대한lpg협회 회장
[이투뉴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지나가고 서서히 봄기운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LPG업계가 느끼는 체감 날씨는 북풍한설 칼바람이다. 미세먼지 경보가 없는 날에도 목이 막히고 입 안이 서걱거린다. 대표적인 서민연료인 LPG산업이 고사(枯死)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택시발전법)에 따라 2015년 9월부터 경유택시에 대해서도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내 LPG 수요가 2009년 이후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 들려온 경유택시 도입 소식은 LPG산업을 송두리째 흔드는 날벼락이다. 부탄의 핵심 수요기반인 택시 시장이 경쟁연료에 잠식당할 경우 LPG산업은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부의 에너지원 다변화 정책에도 역행한다.

경유택시 도입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디젤엔진 배기가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수백 가지 유해물질의 복합체인 디젤차 미세먼지는 각종 폐질환 및 폐암을 일으킨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작아 인체 내로 침투가 용이하고, 폐나 기도 등의 인체 장기에서 흡수되기 쉽다.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비염, 중이염, 천식을 유발하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혈관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인체에 해로운 산성비와 광화학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은 LPG차 대비 수십배 이상 많이 배출한다.

경유차 배기가스가 예전보다 깨끗해졌다고는 하나 연료 자체가 청정한 가스체 에너지와의 비교는 어불성설이다. 환경부에서 실시한 택시용 자동차 환경성 비교 연구용역에서도 경유택시의 환경편익은 기존 LPG차량 대비 82%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택시 도입의 또 다른 문제점은 연료 간 공정한 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LPG자동차는 그동안 사용제한이라는 틀에 묶여 택시와 장애인 등 일부 계층을 위한 틈새시장으로 버텨왔다. 반면 경유차는 2005년 승용차 판매가 허용된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왔고 이제 택시 시장 진입도 보장받았다. LPG와 같은 가스체 연료인 CNG의 경우, 자동차 시장 진입과 관련한 규정 자체가 없어 모든 시장이 개방된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LPG에 대한 규제는 과도하다.

택시의 연료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그렇다면 사용제한의 장벽에 막혀있는 LPG차량에 대한 일반 운전자들의 선택권 확대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반대로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연료인 LPG 사용 차량이 연평균 10% 이상 늘고 있다. 프랑스 호주 이탈리아 등은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LPG차 보급 정책을 추진 중이다. LPG차는 휘발유차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기후변화 대응에 유리하다. 셰일가스 증산으로 전 세계 LPG 생산량의 지속적인 증가가 전망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LPG차 시장 유지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위기 극복을 위해 LPG 업계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협회도 LPG자동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분투하고 있다. 차세대 LPG엔진 기술 개발을 통해 LPG차량의 연비와 출력을 개선해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건설기계 LPG 혼소 엔진을 보급하여 신규시장을 개척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에너지 시장은 사용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국제 에너지 수급 동향과 에너지 종류별 수요 특성에 맞춘 효율적인 에너지믹스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교통인 택시의 연료다원화는 단순히 교통수단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 보건과 안전, 그리고 국가 에너지원의 안정적 수급까지 연결된 중대한 문제다.

수송용 시장에서 각 에너지원이 공정한 시장 경쟁을 통해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의 면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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