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렬 에너지경제연구원부원장

아세안(ASEAN) 공학한림원은 지난달에 ‘지속가능 아시아를 위한 국제에너지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 따르면 1890년 이후 1세기 동안 세계 전체적으로 인구는 4배, 에너지소비는 16배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배 증가하였다.
이로써 1인당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평균적으로 같은 기간 동안 약 4배 증가하였다.
지역 간 경제개발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통계는 경제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며, 다른 한편으로 그에 따른 환경적 피해를 암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풍족한 에너지소비는 환경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기후에 따른 대규모 재해의 발생빈도는 다른 경우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되기 시작하더라도 그 이후 수 세기 동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과 전망은 지구촌의 인류가 화석에너지 사용에 제동을 걸어야 함을 의미한다.


석유자원의 이용은 기후변화 요인이 아니더라도 이미 국제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세계 석유생산이 향후 30 내지 40년 이내에 최고수준에 이른 후 감소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제석유가격은 이미 상승추세에 접어들었다.

주요 소비국들은 이에 따라 석유 대체에너지의 확보와 활용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석탄의 사용은 환경적인 제약이 따르며, 천연가스의 사용은 장기적으로 궁극적인 대안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국제에너지회의는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여 지속가능 아시아를 위한 여러 가지 기술적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우선 기술개발의 방향 측면에서 기존 에너지시스템 내에서 고착화된 몇 가지 연결고리를 단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경제활동이 증가해도 에너지수요는 늘지 않아야 하며, 전력생산이 늘어도 그 화석연료 소비는 감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1차에너지의 상당부문이 비화석에너지로 전환되어야 하고, 화석에너지 사용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회수·격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 하에서 동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안정성이 보장되는 원자로의 개발, 에너지절약의 혁신기술, 에너지의 저장기술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상기 국제에너지회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의 추구를 위해 쿠알라룸프르제안(Kuala Lumpur Initia tives)을 채택하였다. 동 제안에 따라 아세안 공학한림원은 산업계와 학계의 협력을 통해 아세안과 인접국(한·중·일·인도)의 에너지기술 협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에너지기술은 선점효과가 크며 시장이 확보될 때 그 편익이 더욱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후발 선진국으로서 개도국 시장을 지향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상기 쿠알라룸프르제안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