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서 귀뚜라미 잇따라 패소
특허소송도 ‘귀뚜라미 발명 권리범위 아니다’ 판결

[이투뉴스] 가스기기업계에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불리는 귀뚜라미와 규원테크의 법정소송에서 귀뚜라미가 잇따라 패소하자 ‘억지 소송’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일방 해고 통보를 받은 귀뚜라미 전임 그룹총괄사장이 재기를 위해 지방에서 보일러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을 설립하면서 불거진 법정시비는 손해배상청구와 특허권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항소, 상고까지 올라 주목을 받았다.

최근 이에 대한 대법원과 특허심판원의 판결이 이뤄지면서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여야 했던 규원테크의 손을 들어줬다. 인력과 비용, 시간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으로서는 더없이 다행스러운 일인 셈이다.

더욱이 규원테크 대표인 김규원 사장은 귀뚜라미가 기술유출이라는 혐의를 걸어 2012년 2월 한때 구속된 경험까지 있어 최근 법원의 판결이 주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김규원 사장은 1989년 귀뚜라미 평사원으로 입사해 기술연구소, 품질보증팀장, 공장장, 귀뚜라미보일러 대표이사를 거쳐 2007년 그룹총괄사장으로 선임됐다. 귀뚜라미 오너인 최진민 회장의 신임이 누구보다 돈독했던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귀뚜라미의 중국 천진법인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분식회계 건에 휘말린 가운데 2010년 2월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 내 몇몇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상황을 왜곡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본인의 사의 표명이라는 회사 측 설명과 일방적 해고 통보라는 김 사장의 주장이 맞선 가운데 퇴직금조차 지급되지 않았다.

◆귀뚜라미의 계속되는 몽니
이후 재기에 나선 김 사장은 2010년 7월 자신의 이름을 딴 종합 보일러제조사 규원테크를 설립해 펠릿보일러, 화목보일러, 하이브리드 보일러 등을 제조・판매하게 된다. 우수한 성능으로 창업 2년도 안돼 매출 2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려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규원테크 제품을 OEM방식으로 공급받는 다른 보일러제조사에게 거래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는 한편 계열사인 천진귀뚜라미보일러 유한공사로 하여금 분식회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김규원 사장에게 퇴직위로금 4억원을 지급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하는 확약서와 규원테크 지분 확보 등을 통해 귀뚜라미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키고, 김규원 씨가 법인 대표이사를 맡은 내용의 협약서를 합의 하에 2010년 8월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귀뚜라미의 속셈은 달랐다.
합의에 따라 김규원 사장이 경산시에 있는 규원테크 사업장을 폐쇄하고, 귀뚜라미 계열사가 모여 있는 아산시로 공장을 옮겼으나 이번에는 자본금 3억5000만원 규모의 귀뚜라미그린에너지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공장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불과 다섯달 만인 2011년 3월 열린 귀뚜라미그린에너지 이사회는 운영이 어렵다며 해산을 의결하고, 이후 김규원 대표가 운영과정에서 상법상의 경업금지 의무와 비밀유지 의무를 어겼으며, 대표이사 임무에 소홀해 자본잠식 손해를 끼쳤다며 또 다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애초부터 의도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기업규모가 작은 기업이 잇따른 소송에 대처하려면 인력·시간·비용 등으로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보니 사실 여부를 떠나 귀뚜라미는 어떤 명분이든 만들어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점에서다.

결국 4년 전 부터 이어져 온 최진민 회장의 앙금이 주요인으로, 최 회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규원 사장에게 자금을 빌려준 지인에까지 소송을 제기하는 귀뚜라미의 행보이고 보면 이런 의혹을 그냥 흘려버리기 어렵다.

◆귀뚜라미 완패로 끝난 판결
귀뚜라미와 김규원 사장과의 손해배상과 위약금 소송에서 고등법원은 김규원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고등법원 제1 민사부는 “귀뚜라미가 당초 협의와 달리 펠릿보일러 생산물량을 전혀 공급하지 않은 것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승인을 해주지 않은 사실, 해당 사건 업무협약서에 따른 물량배정 등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협약서를 기초로 신설된 귀뚜라미그린에너지가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게 돼 설립 후 5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해선, 청산되기에 이른 사실은 귀뚜라미가 약정에서 정한 물량배정 등의 의무를 먼저 위반한 만큼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귀뚜라미그린에너지를 통해 김규원 사장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대구고등법원 제3 민사부는 “원고 측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고, 귀뚜라미가 당초 약속을 어겼다”면서 “원고 측의 자본잠식 손해는 주로 귀뚜라미의 물량 미배정 등 협약 위반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따라서 피고의 임무 위반행위로 인해 원고 회사 측의 자본잠식 손해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하는 귀뚜라미그린에너지 측의 주장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판결은 귀뚜라미 측의 상고에서도 대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여 청구를 기각하기에 이른다.

귀뚜라미의 소송 취향은 특허분야에서도 다르지 않다.
귀뚜라미는 규원테크가 개발한 기름과 화목을 접목시킨 하이브리드 타입 보일러에 대해 6건의 항목에서 특허를 침해했다며 이를 특허심판원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지난 3월 14일자로 “신규성이 부정되지 않고, 확인대상발명은 자유실시기술에 해당되지 않으나 일부 구성이 대응구성과 상이하면서 균등관계도 아니므로 해당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심결했다.

따라서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 및 도면에 기재된 하이브리드 타입 보일러는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하며, 심판비용은 귀뚜라미가 부담할 것을 주문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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