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전력시장, 원칙도 좌표도 실종
누더기 전력시장, 원칙도 좌표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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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4.04.0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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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당국 무부하운전 발전비용 폐지 공론화로 시장 들썩
전력거래소 "보완책 고민" 발전사업자 "시장원칙 훼손 안돼"

[이투뉴스] ‘깁고 또 깁고, 씌우고 덧씌우고…’

2001년 발전분할 이후 배전·판매시장 경쟁도입이 중단되면서 국내 전력산업이 ‘절름발이’ 도매시장을 유지해 온 방식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이렇다. 관점은 다르지만 현재의 시장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것에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은 없다.

중심을 잃은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좌표를 잃은 발전사들은 갈지자걸음이고, 무기력증에 빠진 한전은 사안마다 냉소적이다. 정부-한전-발전사 틈에 끼인 전력거래소의 영이 무너진 지도 오래다.

경쟁이란 원칙이 유야무야 된 터라 이 정책이 지향하는 좌표가 어디인지도 불분명해졌다. 문제가 터지면 정부는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동원했고, 시장 왜곡은 갈수록 심화됐다. 그렇다고 지나온 길이 너무 멀어 원점으로 돌이킬 수도 없고, 워낙 시장이 뒤틀려 있어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난감지사다.

이대로 우리 전력산업을 끌고 가는 것이 최선인가, 그것이 국민편익에 부합하는가 정부와 모든 전력산업 구성원들이 이기(利己)를 내려놓고 고민할 때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각 사업자별로 이해가 갈리는 제도개편이 추진되고 있어 또 다시 전력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예비력 확보를 위한 무부하(無負荷) 운전 발전기에 지급되는 비용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과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을 소집해 이 사안에 대한 공론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정부가 상반기 내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 오는 8월께 전력시장 운영규칙 개정을 완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력산업계에 따르면, 도매요금에 포함된 무부하 비용은 연간 4000억원 안팎. 한해 수십조원 규모인 한전-발전사 전력거래액에 견줘 비중이 높다(발전사 입장)면 높고, 낮다(한전 입장)면 낮다. 그러나 현행 변동비 반영시장(CBP. Cost Based Pool ; 발전변동비시장)에서 무부하 비용의 존폐 여부는 그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 증분비(단위출력을 높이는데 추가 소요되는 비용), 기동비(일종의 발전기 시동비)와 함께 시장가격(SMP. 계통한계가격)을 결정하는 주요인이라서다.

일단 이 사안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는 한전과 LNG복합발전소를 가동 중인 발전사들이다. 한전의 경우 이 비용이 SMP에서 제외되면 그만큼 낮은 가격에 도매전력을 사들일 수 있다.

반면 지난 십수년간 비용을 보상받아 온 발전사들은 수익감소가 불가피하다. 1GW급 LNG복합 기준으로 연간 400억원 가량 빠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전체 SMP 하락은 LNG·유류는 물론 신재생 전원의 수익률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전력당국이 추정한 전체 SMP 하락폭은 kWh당 연평균 5원 내외.

물론 산업부와 전력거래소가 무부하 비용에 메스를 대려는 1차 명분은 이같은 SMP 인하가 아니다. 전력당국은 현행 무부하 비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고, 비용수준이 과다하다는 일부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부하 비용은 용어 그대로 전력생산에 기여하지 않은 발전기에도 무상 지급되는 비용이 아니라 증분비만으론 회수되지 않는 연료비를 일부 보상해 주는 성격이 있다. 불완전한 CBP시장의 맹점을 보완해 적절한 투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당국은 발전기 출력과 비례하는 증분비와 달리 이와는 반비례하는 준고정비(무부하 비용)가 SMP에 포함돼 시장원리에 맞지 않게 전력수요가 감소해도 오히려 공급곡선이 상승하는 현상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향후 ICT 기반의 수요자원이 시장에 참여해도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최근 전력시장에선 이같은 수요-공급-SMP 불일치 사례가 드물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는 당국의 전언이다.

전력거래소 시장개발처 관계자는 “현 시장구조에서 증분비만으론 연료비를 제대로 회수할 수 없으며, 현재의 무부하 비용이 그 공백을 충분히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면서 “하지만 수요자원의 전력시장 통합에 대비하고 미시적으로 증분비보다 평균비가 큰 경우가 많아 합리적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 등 비(非) 발전사들도 무조건 무부하 비용을 없애자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당국의 이같은 논의를 지켜보는 발전사들의 시선은 차갑다. 명백한 변동비인 무부하 비용에 손을 대겠다는 것 자체가 변동비 반영시장(CBP)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비(非) 시장적 요소를 추가 적용하려는 시도는 향후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간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무부하 비용 폐지는 전력거래소와 한전에 의해 2011년까지 논의되다 불합리성으로 2012년초 더 이상 거론 않기로 결정난 사안인데 느닷없이 다시 공론화 돼 황당할 뿐”이라며 “결국 CBP 시장에서 변동비를 일부만 보상해 주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이런 식으로 시장을 누더기로 만드는 것은 시장 왜곡을 부채질하는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앞으로 기저전원이 대거 확충되면 어차피 SMP는 지금보다 하락하고 갈수록 LNG복합의 수익성이 떨어질 텐데, 그때가서 적정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다시 없던 일로 되돌릴 셈이냐”면서 “원칙적으로 전력거래소가 PJM(美 전력시장 및 계통 운영기관)을 따라가겠다면 무늬만 추종하지 말고 연료비는 물론 각종 환경비용을 모두 포함시켜 보상해 달라”고 되받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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