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 Peace)가 최근 ‘IT 기업들은 어떻게 친환경 인터넷을 만들고 있나’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구글 등 19개 글로벌 IT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얼마나 친환경적인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해 이를 ‘클린에너지 지수’로 환산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린피스는 일단 IT기업들의 전원(電源)을 ‘깨끗한 에너지(Clean Energy)’와 ‘더러운 에너지(Dirty Energy)’로 나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은 전자로, 온실가스나 핵폐기물을 배출하는 석탄, 가스, 원자력 등을 이용한 전력은 후자로 간주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년전 같은 조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애플은 지수 100점을 기록하며 단번에 1위 자리를 꿰찼다. “모든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겠다”며 수십MW규모 대형 태양광발전소를 잇따라 건설한 노력과 의지가 높이 평가받은 셈이다.

반면 온라인쇼핑몰 이베이와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각각 6점, 15점을 얻어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마이크로소프트(29점)와 트위터(21점)의 성적도 저조했다. 석탄화력 전원의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한 페이스북(49점)과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힘을 쏟고 있는 구글(48점)은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전문 조사기관의 보고서는 아니더라도 ‘더러운 에너지’ 쪽에 가까운 점수를 얻은 기업들의 심기는 편치 않아 보인다. 대중적 이미지를 각별히 생각해야 할 기업 입장에서 네거티브적 분류는 치명적이다. '깨끗한'은 '착한기업'으로, '더러운'은 '악한기업'으로 재인식될 공산이 크다.

바야흐로 어떤 에너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평판이 달라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에 의하면, 에너지·자원은 접근 가능성, 경제성, 지속 가능성이란 세가지 제약조건에 따라 시대마다 선호되거나 도태된다고 한다. 1차 산업혁명을 석탄이, 2차 산업혁명을 석유가 촉발했듯, 3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막대한 부존량과 청정성을 갖춘 셰일가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사용의 제한성, 에너지원의 거대성, 사회적 합의의 미성숙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셰일가스에 그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물론 미래시대의 주력에너지로 어떤 에너지원이 부상할지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려우며, 신재생은 여전히 유력 후보중 하나다.

다만 "새로운 에너지는 항상 천사의 이미지로 인류에 다가왔다가 결국 나중엔 악마가 된다"는 표현은 흥미롭다. 산업화 동력으로 대접받던 석탄·석유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원자력이 위험을 내포한 에너지로 각각 재인식되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를 '깨끗한 에너지', '천사의 에너지'로 규정하지만 어느 날 이 에너지도 또다른 신에너지에 그 자리를 내주고 정반대의 이미지로 문명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이분법적 사유와 가치 판단은 때로 그렇게 유효기간이 짧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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